동호회 앱 '소모임'.
동호회 앱 '소모임'.
[삼불남의 시대]
① 이태백과 사오정 사이, '삼불남'의 출현
② 30대 남성 사로잡은 '작은 사치'의 위안
③ "남처럼 말고, 나 혼자 재미있게 살게요"
④ 수입차 고집하는 30대男…"내 집은 포기, 차에 올인"
⑤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민다…"난 소중하니까요"
⑥ "나만 사용하면 돼"…좁은 공간, 1인용 가전이면 OK
⑦ 주말엔 소개팅 대신 동호회…"30대 남자 마감입니다"

[ 박희진 기자 ] 여자친구가 없는 회사원 김모 씨(30)는 주말이 외롭지 않다. 몸보다 더 아끼는 BMW 미니쿠퍼를 타고 자동차 동호회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김 씨가 사람들을 만난 건 동호회 앱(응용프로그램) '소모임'에서다. 이 앱에선 관심사, 지역, 나이별 맞춤형 동호회에 가입할 수 있다. 관심사 카테고리는 자동차 영화 스포츠 반려동물 봉사활동 요리 게임 등 다양하다.

소모임 앱 사용자 중엔 김씨와 같은 30대 남성이 많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이 최근 스마트폰 사용자 1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모임 앱 사용자의 절반 이상(58.9%)이 30대였다. 20대 35.5%, 40대 5.6% 순으로 집계됐다. 성별로는 남성(53.1%)로 여성보다 많았다.

실제로 소모임 앱에 들어가 30대 인기모임을 검색하면 '남자 마감'이라는 글이 자주 눈에 띈다. 30대 남성들이 동호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씨가 가입한 자동차 동호회도 17명 중 10명이 30대 남성이다.

사진=미니코리아 제공
사진=미니코리아 제공
김씨는 "한 주에 2~3번은 동호회 사람들을 만난다. 평일에도 퇴근 후 만나 부담 없이 저녁을 먹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주말마다 모임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니 그는 여성을 소개받을 마음도 잘 들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엔 동호회를 하나 더 가입하고 싶어 야구 직관(직접관람) 소모임을 알아보는 중이다.

김씨는 "소개팅 상대를 알아가고 서로 맞춰가는 과정은 사실 피곤하고 스트레스도 받는다. 오히려 '차는 예뻐야 한다'는 내 생각에 공감해 주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더 좋다"고 털어놨다.

평소 불확실한 연애와 결혼, 직장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지만 동호회 안에선 편안한 안정감을 느낀다는 얘기다. 그에게 동호회는 상대방을 탐색하고, 누가 다른 누구에게 맞춰주는 과정 없이 관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 결혼 등을 포기한 30대 남성들은 일상에서 사회적 관계를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된다"며 "관계에 대한 불안이나 불만을 해결해줄 수 있는 대안이 사회적으로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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