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추진 악영향 위험…대외 이미지 추락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이 뇌물 공여 혐의로 29일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면서 1위 게임업체 넥슨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넥슨은 그동안 뇌물 의혹 등에 대해 계속 발뺌을 해왔지만 번번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며 대외 신뢰도가 추락했고 이제는 김정주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남에 따라 '오너 리스크'까지 감내해야 할 처지가 됐다.

특히 국내외 유망 게임사를 꾸준히 인수합병(M&A)하면서 경쟁력을 수혈해야하는 넥슨의 전략에는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절대적 지분을 쥔 사주가 각종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만큼 외부 업체와의 사업 제휴·M&A 논의가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과 아내 유정현 씨는 넥슨 지주사인 NXC의 지분을 90% 이상 보유해 IT(정보기술) 업계 내에서도 이례적으로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해왔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사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은 외부 파트너에게는 큰 우려사항"이라면서 "해외에서도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검찰의 발표가 나온 뒤 김정주 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넥슨의 등기이사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는 넥슨의 본사 역할을 하는 일본 법인 넥슨재팬의 이사직을 그만둔다는 얘기로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주회사 NXC에서도 회장 직함을 포기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있을 재판을 준비하려면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의 역할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경영공백이 우려되는 셈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절대적 1인자가 기소된 만큼 M&A 등 주요 경영 판단에 차질이 우려되는 것은 분명하다"며 "회사 안팎으로 2인자 자리를 두고 내홍이 벌어질 우려도 있다"고 관측했다.

넥슨 관계자는 "애초 넥슨 재팬 이사회에서 김 회장이 대주주 역할을 맡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비중이 아주 크진 않았다.

넥슨재팬은 오웬 마호니 대표 중심으로 돌아가는 만큼 김 회장이 빠져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넥슨은 아이템 결제를 유도하는 부분 유료화를 국내 최초로 내놓는 등 탁월한 수익 전략과 게임 관리 능력 덕분에 '장사는 똑 부러지게 잘한다'는 평가를 받던 모범 기업이었고 사회 공헌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그러나 김 회장이 친구였던 진경준 검사장에게 120억 원대 주식 특혜를 줬다는 초유의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리 회사'란 오명을 쓰게 돼 브랜드 타격이 심각하다.

넥슨 내부 분위기는 침울하다.

NXC, 넥슨 사무실 등의 압수수색에 이어 김 회장의 검찰 소환, 기소까지 연이은 사태에 곳곳에서 '정말 좋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중견 게임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넥슨 한국 법인의 직원 대다수는 진 검사장과의 결탁이 시작된 2005년 이후 입사한 이들로 이번 사태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이번 파문의 여파를 회사 구성원들이 함께 견뎌야 해 동종 업계 종사자로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김예나 기자 tae@yna.co.kr,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