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7일(현지시간) 연 0.25~0.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다섯 번 연속 동결 결정이다. FOMC는 그러나 성명서에서 “미국 경제의 단기적인 위험이 감소했다”고 밝혀 다음 9월 회의에서는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미 경제의 강력한 상승세를 공식 확인했다.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에도 미국 경제는 충격을 받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공개적으로 내렸다.
미국 경제, 경기회복 자신감 붙었다…9월? 12월? 금리인상 시기 '저울질'
○“미 경제, 브렉시트 영향 없다”

FOMC가 이틀간의 회의를 마치고 이날 내놓은 성명서는 확신에 차 있었다. 지난 6월 회의와 비교하면 경제활동 평가는 ‘개선’에서 ‘확대’로, 고용시장은 ‘둔화’에서 ‘강화’로 표현이 바뀌었다. 소비는 ‘견고’에서 ‘지속적인 증가’로 상향 조정됐다.

기대인플레이션에 대한 평가도 ‘하락’에서 ‘유지’로 바뀌었다. Fed 목표치인 2%를 향해 상승하고 있지 않지만 적어도 떨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낙관적 전망은 지난달 신규일자리 숫자가 28만7000개 증가하면서 5월의 1만1000개라는 충격적인 부진에서 벗어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날 회의는 브렉시트 결정 이후 처음 열렸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지만 성명서에는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다. 브렉시트로 인한 충격이 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점을 ‘노코멘트’라는 형식으로 강조한 것이다.

○9월, 12월 … 시점 놓고 분분

이날 금리 동결은 시장 예상과 부합한 결정이었다. 투자자 관심도 금리 변동보다 인상 시점에 대해 어떤 힌트가 담길지에 쏠려 있었다. 성명서에는 그러나 이에 대한 언급이 빠진 채 “단기위험이 감소했다”는 경기전망 평가만 추가됐다. 당초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기존의 ‘점진적 조정’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조치’로 대체되면서 금리 인상에 좀 더 근접했다는 신호가 나올 것으로 봤지만 ‘가이던스’ 자체가 없었다.

앞으로 연말까지 남은 FOMC 회의는 9월과 11월, 12월 세 차례다. 11월은 대통령선거를 1주일 앞두고 있어 금리를 손대는 것이 위험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신은 Fed가 9월 인상의 문을 열어뒀다고 전했지만 시장은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것이 단적인 예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4% 하락하며 96.7까지 밀렸다.

채권(10년물) 금리는 0.06%포인트 하락한 연 1.50%까지 떨어지며 강세를 나타냈다. 금리가 오르면 기존에 산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 투자자들은 손해를 피하기 위해 채권을 서둘러 팔아야 하고, 이 때문에 금리는 오른다. 시장은 9월보다 12월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JP모간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금리를 올리기 위해 ‘블록버스터’급의 고용과 인플레이션율 지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월가는 다음달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Fed의 연례심포지엄에서 재닛 옐런 의장이 좀 더 명확한 신호를 보낼 것으로 예측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