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이 ‘사내유보금’을 대체할 용어를 찾는 세미나를 열었다. ‘회사 내에 현찰로 쌓아 둔 돈’이라는 오해를 유발하고 있어 적절한 단어로 바꾸자는 것이다. 세후 재투자자본, 사내 재투자금 등이 거론됐다고 한다. 사내유보금 논란은 정치권의 비(非)전문성을 잘 보여주는 단면이다. 누차 지적한 대로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번 수익 중 배당 등으로 사외에 유출된 것을 제외하고 회사가 갖고 있는 누적된 이익총액이라는 회계적 개념이다.

공장설비와 기계 사무실 집기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하고 당연히 현금도 포함된다. 사내유보 중 현금 혹은 현금성 자산은 통상 20%에 그친다. 투자를 안 해서 사내유보금이 많아졌다는 주장은 유보라는 단어에 대한 무지가 만들어낸 착각이다. 그런데도 시중에는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무관심하고 제 배만 불리기 위해 쌓아둔 현금’이라는 인식이 넘쳐난다. 이 때문에 사내유보를 기업소득환류세제 강화나 법인세 인상을 통해 회수하자는 정치인과 자칭 경제전문가가 넘쳐난다. 유보금 과세에 이어 최근에는 ‘사내유보금환수 특별법’ 제정이 추진될 정도다.

오해를 부르는 용어들은 이외에도 많다. ‘금산분리’도 그런 경우다. 영어로는 ‘separation of banking and commerce’로 ‘은산 분리’다. 이를 ‘금산 분리’로 번역해 놓고 은행뿐만 아니라 제2금융권까지 규제하려 드는 나라는 한국 외에는 없다. ‘동반성장지수’도 오해를 부르는 언어다. 동반성장지수가 높아지면 결국은 설비투자 등이 제한되고 이는 가치 사슬 전체를 위협한다. 소비자도 손해다. 무역액을 GDP로 나눈 ‘무역의존도’라는 용어도 대외종속으로 오독된다. 무역기여도 정도의 중립적 용어가 더 적합할 것이다.

사실을 왜곡하는 사례도 많다. ‘10대그룹 매출이 GDP의 80%’라는 식이다. ‘재벌 경제력 집중의 증거’라며 비난이 쏟아진다. 그러나 이는 부가가치의 합인 GDP를 엉뚱하게 기업 매출총액과 비교한 곡해다. 이런 오해들은 언론을 통해 사실처럼 굳어지고 잘못된 정책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