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1년…어떤 일 있었나
재계 5위의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27일로 1년을 맞았다.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간 경영권 분쟁은 지난해 7월 27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날 신 전 부회장은 부친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함께 일본에 넘어가 신 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했다.

그러나 이후 신 회장은 3차례에 걸친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하며 원톱 체제를 안착시키고 있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의 소송전이 남은 상황에서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벌어져 새로운 위기가 진행 중이다.

○ 형제간 경영권 분쟁 1년…'원 리더' 체제 구축

지난해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의 '쿠데타'는 하루 만에 끝났다. 이튿날인 7월28일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소집, 아버지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했기 때문이다.

이후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올해 3·6월 등 3차례에 걸친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모두 신 회장에게 패했다.

신 회장은 한·일 롯데그룹의 '원 리더' 체제를 구축하는데 주력했다.

이에 신 전 부회장 뿐 아니라 신 총괄회장도 롯데 계열사 등기이사 직에서 줄줄이 퇴진했다. 신 총괄회장은 올 3월 한국 롯데제과·롯데호텔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6월 롯데를 비롯한 일본 계열사들에서도 잇따라 퇴진했다. 신 총괄회장에 대한 정신건강 이상 논란이 불거지면서 일본에서도 경영에서 전면적으로 배제되는 수순이다.

다만 신 총괄회장은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지주사 격인 롯데홀딩스에는 아직 등기이사로 남아있는 상태다.

또한 3번의 주총 표 대결에도 불구하고 신 전 부회장은 무한 소송전을 예고한 상태이다.

○ 순환출자 84% 해소 불구 호텔롯데 상장은 연기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호텔롯데 상장 추진을 비롯한 순환출자 고리 해소에 힘을 쏟았다.

롯데그룹의 일본 기업 논란을 불식시키고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지분 절반 이상을 보유한 일본 광윤사의 영향력을 약화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사재 지출과 함께 한국 롯데의 사실상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계열사 지분 매입을 통해 그룹 순환출자 고리(416개)의 84%(349개)를 해소, 67개로 줄인 상태다.

지난해 8월 신 회장은 롯데건설이 보유한 롯데제과 주식(1.3%)을 매입했다. 이어 10월에는 호텔롯데가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알미늄 주식 12.0%, 한국후지필름의 대홍기획 주식 3.5%, 롯데제과의 한국후지필름 주식 0.9%를 매입했다.

그러나 기업구조 개선 핵심안인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는 결국 좌초됐다. 당초 연내 상장 예정이었으나 검찰 수사 여파로 결국 지난달 13일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ㅇ검찰 수사 장기화 우려…새 위기 맞은 신동빈

신 회장은 검찰 수사란 난제를 만나 꾸준히 강조한 '글로벌 경영'과 '투명 경영'이 고비를 맞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초 신 회장의 자택과 집무실을 포함해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며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를 시작했다.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 등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과 배임 행위 등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사업 관련 거액의 뒷돈을 챙기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법정에 선다.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 '오너 일가'로는 처음으로 구속된 데 이어 재판에 넘겨졌다.

신 회장과 신 총괄회장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상태로 전해졌다.

이에 롯데그룹은 미국 화학회사 액시올 인수를 철회했고, 호텔롯데를 비롯한 호텔롯데 상장이 좌초되면서 롯데정보통신, 코리아세븐 등 다른 계열사의 IPO도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또한 장기 수사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올해 말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 완공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그룹 전체가 '경영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