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르는 조선업계] '책임론' 무서워…국책은행도 대우조선 추가 지원 '난색'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조선업체 추가 지원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두 은행은 금융권의 조선·해운업 여신 가운데 70%를 떠안고 있다.

산은과 수은은 지난해 10월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원을 추가 투입한 것에 대해 정치권 등으로부터 뭇매를 맞으면서 트라우마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검찰, 감사원 등이 대우조선 경영 비리를 잇따라 파헤치면서 대우조선에 추가 지원을 했다가는 더 큰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두 은행 내부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대우조선의 ‘소난골 프로젝트’ 인도 지연 사태를 일으켰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소난골 프로젝트는 대우조선이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인 소난골로부터 2013년 수주한 드릴십(이동식 시추선) 2기 건조 프로젝트다. 수주 금액 12억달러 가운데 80%를 드릴십을 인도할 때 받기로 했다.

그러나 소난골이 드릴십 인도 대금을 조달할 때 3억7000만달러 규모의 보증을 지원하기로 한 노르웨이 수출보증공사가 손을 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대우조선이 드릴십을 인도해도 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되면서 지난달 말 예정이던 1호기 인도를 미뤘다. 이어 이달 말 예정인 2호기 인도도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우조선이 추가 악재를 만난 것이다.

금융당국은 산은과 수은이 소난골 보증 지원에 나설 것을 압박하고 나섰다. 산은과 수은은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간접적인 방식이지만 대우조선을 또 지원했다가 무슨 화를 입을지 몰라서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소난골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도 산은과 수은이 몸을 사리는 이유다.

산은과 수은은 금융당국에 ‘소난골 보증에 대한 면책권을 줘야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