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24)
일본 가정식 '심야식당 키요이'

부담 없는 가격에 세련된 일식으로 '자취생' 타깃

키요이 내부 모습. 이승재 기자
키요이 내부 모습. 이승재 기자
요즘 가장 ‘트렌디’한 상권이라는 샤로수길엔 ‘줄 서서 기다리는 맛집’들이 한두 곳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곳이 있다. 저녁 5시 반쯤 가게 앞에 늘어서기 시작한 긴 줄이 밤 11시까지도 도저히 줄어들지 않는, 일본 가정식 전문점 ‘심야식당 키요이’다.

◆5000원 사이드 메뉴로 ‘취향저격’

키요이가 샤로수길에 문을 연 것은 지난해 9월. 하지만 창업 1년도 안 돼 월매출 3500만원을 넘어설 만큼 성황을 이루고 있다. 매달 순이익만 1500만원 안팎이다.

33㎡(10평) 남짓 되는 가게에 2인용 테이블 6개가 전부지만 가게를 여는 저녁 6시부터 밤 11시까지 각 테이블마다 40~50분 간격으로 쉴 새 없이 손님이 바뀐다. 영업이 끝나는 새벽 3시까지 평균 60팀 이상 받는다.

이곳은 일식하면 흔히 떠오르는 라멘이나 돈가츠, 덮밥 같은 메뉴가 없다. 일본 거리를 걷다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백반집’ 메뉴들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이곳을 운영하는 임유담 사장은 “인근에 학생이나 젊은 직장인 등 자취생이 많아서 ‘집밥’ 느낌을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한다. 집에서 먹는 음식처럼 되도록 겹치지 않게 그때그때 다양한 음식들을 요리해 내놓는다.

메뉴뿐만 아니라 음식 가격도 철저하게 인근의 ‘자취족’의 눈높이에 맞췄다. 임 사장은 “가격은 대부분이 1만2000원 미만”이라고 말한다.

메뉴판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단품 메뉴 외에 ‘사이드 메뉴’다. 두 명이 와서 1인분 음식을 시켜 놓고 먹다가 5000~6000원 정도의 사이드 메뉴를 부담 없이 추가해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늘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던 분위기는 밤 11시를 기점으로 확연히 달라진다. 키요이의 메뉴판에는 재미있느 문구가 있다. ‘밤 11시 이후 혼자 오는 손님들을 위한 특별 메뉴, 주인장 맘대로’이다. 실제로도 이곳엔 새벽 시간에 유독 혼자 오는 손님들이 많다.

임 사장은 “밤 시간에는 조용히 혼자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음식을 먹는 손님들이 많다”며 “대부분 말을 걸면 반가워 하며 이야기가 시작되고 단골이 된다"고 말했다. 그렇데 단골이 된 이들 중에느 이틀에 한번 꼴로 키요이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벤트’가 많은 것 또한 이곳만의 특별한 성공전략이다. 요리를 직접 맡고 있는 임 사장은 그날그날 재고로 남은 재료들로 이것저것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예를 들어, ‘야끼소바빵 만들어봤어요. 오늘 키요이 오는 분들에게 서비스로 드립니다’라고 덧붙이면, 실제로 이를 본 고객들이 찾아와 새 메뉴를 맛보고 품평회를 가지는 식이다.

임 사장은 “손님들의 대부분이 20~30대여서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것을 재미있어 한다”며 “이런 소소한 이벤트가 쌓이다보니 따로 가게 홍보를 하지 않아도 입소문 효과가 컸다”고 성공비결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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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주현주 인턴기자 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