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세 재인하 등 정부정책에도 2분기 0%대 성장 그쳐
하반기에 구조조정·브렉시트 등 난제 산적

우리나라 경제가 올해 2분기에 다소 나아진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전기대비 성장률은 0.7%(속보치)로 1분기(0.5%)보다 0.2% 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부가 개별소비세 재인하 등 소비 진작책을 썼음에도 성장률이 소폭 상승에 그쳤다는 점에서 크게 웃기 어려운 상황이다.

분기별 성장률이 작년 4분기(0.7%)부터 3개 분기 연속 0%대에 머물면서 저성장이 굳어진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올해 2분기에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같은 대형 악재가 터지지 않았다.

세계적인 교역량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과 불확실한 경기 전망으로 인한 내수 위축 등으로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 정책에 의존한 민간소비 증가율…기업투자는 여전히 저조

올해 2분기 소비, 투자, 수출 등이 앞선 1분기에 비해 전반적으로 반등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회복세는 여전히 불안하다.

민간소비 성장률은 0.9%로 올해 1분기 -0.2%에서 플러스로 전환됐다.

작년 하반기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정책 효과의 약화로 올해 1분기 '소비절벽'이 나타났던 것과 비교하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민간소비 증가에는 이번에도 정부정책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올해 2월 자동차 개별소비세 조치를 연장하고 신차가 잇따라 출시된 영향이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완성차 5사의 내수판매는 81만2천265대로 작년 동기보다 10.9% 증가했다.

또 정부는 지난 5월6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 가계의 지갑을 여는 데 공을 들였다.

문제는 민간소비가 정부 정책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언제까지 지속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급증하는 가계 부채와 높은 청년 실업률 등은 민간소비를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이다.

기업투자도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설비투자는 1분기에 7.4% 급감했다가 2분기에 운송장비 증가 등에 힘입어 2.9% 성장했지만, 작년 2분기와 비교하면 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불투명한 경기 전망과 대외적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여전히 투자를 꺼리는 현상이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국내 투자 감소는 경제의 성장 활력을 떨어뜨리고 신규 고용과 가계 소득 증가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수출 역시 회복세기 미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2분기에 반도체, 석유 및 화학제품 등의 수출이 늘었지만 0.9% 성장하는 데 그쳤다.

세계 교역량의 축소와 저유가 장기화,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소비중심 경제구조 추진 등으로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됐다.

◇ 하반기 추경에도 반등은 미지수…구조조정·브렉시트 악재

한국 경제는 하반기에도 도약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조선·해운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 구조조정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은도 지난 14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2.7%로 낮추면서 하반기에 하방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꺼리면서 자칫 신용경색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브렉시트 결정으로 인한 국내 금융시장의 충격은 아직 크지 않지만, 장기간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브렉시트 여파를 고려해 올해 세계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3.2%에서 3.1%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하반기에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확장적인 재정정책으로 경기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추경 등 28조원 이상의 재정보강으로 올해 성장률이 0.2∼0.3% 포인트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조원 규모의 추경은 6만8천개의 일자리가 창출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지난 6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와 하반기 추경에도 한국 경제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12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세가 하반기에 둔화될 것이라며 10조원 규모의 추경도 성장세의 하향 흐름을 바꾸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하반기에는 세계 경제의 불안요인이 많은 만큼 수출 부진이 지속하고 민간소비, 설비투자의 힘이 약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2.8%로 기대하고 있지만, 민간연구기관들은 대부분 2%대 초중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어 구조개혁과 신사업 육성 등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최근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을 반영할 때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1월 2015∼2018년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3.0∼3.2%로 추산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