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곳서 작년 8곳…올해도 일부업체 포함된 듯
"전자업, 중국이 거의 추격…삼성電 착시효과 빼고 봐야"
금감원,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곧 마무리…"C·D등급 30곳 내외 전망"


전자업종 대기업 몇 곳이 하반기부터 채권은행 주도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갈 전망이다.

전자업종은 2014년만 해도 채권은행 평가에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된 대기업이 단 한 곳도 없었지만 작년부터 재무구조가 나빠진 기업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채권은행들은 2016년도 대기업 정기 신용위험평가와 이의제기 절차를 조만간 모두 마무리하고 구조조정 대상(C∼D등급) 리스트를 이달 말까지 확정할 예정이다.

채권은행들은 앞서 신용공여액이 500억원 이상인 대기업을 상대로 지난 4월부터 재무구조 평가를 벌여왔다.

기업 부실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일을 방지하고자 매년 정례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과 없는 기업을 선별하는 '옥석 가리기' 절차다.

이번 정기 평가에서는 30여 곳이 구조조정 대상인 C∼D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부터는 업체들의 이의신청 절차가 추가됐기 때문에 일부 업체의 소명 절차를 거치면 최종적으로 C∼D등급을 받는 업체 수가 30곳 내외가 될 전망이다.

2012년 정기 평가에서 36곳, 2013년 40곳, 2014년 34곳이 C∼D등급을 받은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소폭 줄어든 규모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년 말 대기업을 상대로 수시 신용위험평가를 추가로 강도 높게 벌였기 때문에 불과 몇 달 만에 구조조정 대상 업체가 많이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평가에서는 전자업종 중 글로벌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대형 1·2차 벤더 등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주력업종인 전자업은 최근 들어 구조조정 대상 기업 수가 급격히 늘어 지난해 정기 평가에서는 7개 업체가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고, 같은 해 이어진 수시 평가에서 1곳이 추가돼 작년 한 해에만 총 8개 전자업종 대기업이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부문의 업황 부진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금감원은 당시 분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이달 초 발표한 '2016 하반기 산업별 전망 보고서'에서 일부 전자부품 업종이 장기불황의 터널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디스플레이는 이미 양과 질 모두에 있어 중국에 이미 추월 됐고, 반도체는 가격하락과 함께 업종의 불황마저 관측되는 상황이다.

스마트폰마저 선진국 시장의 포화와 신흥국의 수요부진으로 올해 하반기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을 진앙으로 하는 공급과잉으로 인해 LCD, LED, 휴대전화 등은 이미 '레드오션'으로 변했고, 2차전지, 반도체, OLED 등도 몇 년 안에 비슷한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건설 등 5개 업종을 경기민감 업종으로 지정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는 등 특별 관리하고 있지만, 전자업종은 중점 관리대상이 아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자업종은 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을 넘는 삼성전자를 따로 떼 놓고 봐야 착시효과 없이 정확한 분석을 할 수 있다"며 "현재 한국의 전자업종은 중국의 추격으로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