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이 금융상품 판매 등 개인 실적보다 고객 수익률이 높은 직원을 우선 승진시키는 발탁 인사를 했다. 지난해 9월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이후 첫 인사에서 은행이 아니라 금융소비자 관점에서 점수를 매기는 새로운 인사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 잘하는 직원을 고속 승진시키는 연공서열 파괴와 자격증 등 전문성 우대도 두드러졌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22일 올 하반기 정기 인사를 하고 행원, 과·차장, 부장 등 모든 직급에 걸쳐 1000여명을 승진시켰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번 승진 인사는 통합 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합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성과 평가에 고객 수익률을 일부 반영한 은행은 있었지만 판매 실적이 아니라 고객 수익률만으로 발탁 승진한 사례는 금융권 최초”라고 설명했다. 최홍숙 서울 서초슈퍼빌지점 프라이빗뱅커(PB)는 상품 판매 이후 지속적인 사후 관리로 다른 PB의 세 배에 달하는 평균 수익률을 소비자에게 안겨줘 이번에 책임자에서 관리자로 발탁됐다.

성과주의도 강조돼 전체 승진자의 75%가 영업현장 직원으로 채워졌다. 승진 연한을 채우지 못했더라도 영업 성과가 탁월하면 연공서열을 배제하고 승진시켰다. 또 자격증 보유자 우대 등 전문성도 승진의 한 잣대가 됐다. 모바일은행 확산 등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고객에게 사랑받는 은행이 되려면 직원 인사도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도 연공서열을 파괴한 고객 위주 성과주의를 과감히 도입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