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력 부족한 중소형 보험사 매물 늘듯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사진)은 2020년 시행 예정인 보험회사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과 관련해 “우리나라만 단독으로 적용을 유예하거나 제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보험업계가 수조원 규모의 자본확충 부담을 이유로 IFRS4 2단계 시행을 미뤄 달라고 요구하는 것에 대해 사실상 ‘불가’ 방침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진 원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보험계약 관련 IFRS4 2단계 기준을 조만간 확정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IFRS4 2단계는 보험회사의 부채(보험금) 평가 방식을 ‘원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자본력 부족한 중소형 보험사 매물 늘듯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팔았다가 최근 몇 년간 금리가 떨어지면서 상당한 규모의 ‘손실계약’을 보유한 보험업계로서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부채를 시가 평가할 경우 부채가 크게 늘어나 가용자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IFRS4 2단계를 적용할 경우 생명보험업계의 가용자본은 44조원, 손해보험업계는 2조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용자본 감소는 요구자본 대비 가용자본을 의미하는 지급여력(RBC) 비율 감소로 이어진다. 생명보험업계는 RBC 비율이 83%까지 떨어져 보험업법에서 정한 최소기준인 100%도 맞추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이 불가피한 이유다.

그럼에도 진 원장은 “우리나라 보험산업만 IFRS4 2단계 적용을 유예 또는 제외할 경우 국제회계기준 전면 도입국이라는 지위를 잃어 회계정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며 “이는 보험산업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산업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IFRS4 2단계 시행 전까지 보험업계는 자산·부채 시가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본확충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금리 지속에 따른 역마진 확대와 IFRS4 2단계 시행을 앞두고 중소형 보험회사의 인수합병(M&A)에 따른 보험업계 재편도 예상된다.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형 보험회사가 잇따라 매물로 나오고 있어서다. 35억원에 중국 안방보험에 팔린 알리안츠생명과 같은 사례가 또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관측이다.

특히 막대한 유동성을 가진 중국계 자본의 국내 보험시장 진출 확대가 관심을 끈다. MBK파트너스가 매각을 추진 중인 ING생명은 중국계 자본들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매물로 나올 예정인 PCA생명과 KDB생명 역시 중국계 자본들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다.

중국계 자본의 국내 진출 확대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국계 자본이 국내 보험회사를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계 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에 진출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활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