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비스산업의 빠른 성장세를 놓고 국제통화기금(IMF)과 글로벌 투자은행인 HSBC가 정반대 평가를 내놨다.

IMF는 지난 19일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서비스업 중심 경제로의 순조로운 구조 전환을 꼽았다. HSBC는 중국의 급속한 서비스업 비중 확대가 경제 전체의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려 중장기적으로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서비스업 '급팽창' 경고한 HSBC
○HSBC “급격한 서비스업 확대 위험”

중국 정부는 2007년 발표한 ‘서비스업 발전에 관한 지도의견’에서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50% 수준까지 높일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서비스업 비중은 이미 50%를 넘어섰다. 지난해 50.5%에 이어 올해 2분기에는 51.9%로 높아졌다. 정부가 정한 목표보다 훨씬 빠른 성장 속도다.

HSBC는 전혀 다른 분석을 내놨다. 21일 발간한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의 1인당 GDP 규모가 미국의 14%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이 제조업을 기피하고 서비스업 육성 정책을 펴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과거 대부분 선진국은 경제가 일정 수준까지 발전하면 서비스업 육성으로 제조업 성장세 둔화에 대응해왔다. HSBC가 이같이 경고한 것은 중국 서비스업부문의 낮은 노동생산성 때문이다. 2012~2015년 중국 제조업부문에 종사한 농민공(도시 이주 노동자) 수는 700만명가량 감소했다. 도소매업·부동산중개업·운송물류업 등 3대 핵심 서비스업부문에 종사하는 농민공 수는 500만명 증가했다.

HSBC는 “중국의 서비스업은 노동집약적인 저부가 산업 비중이 높아 생산성이 제조업의 80% 수준에 불과하다”며 “서비스업 비중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중국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학자들도 다른 평가 내놔

경제학자 사이에서도 중국 정부의 서비스산업 육성정책과 관련해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대니 로드릭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중국처럼 소득 수준이 낮은 개발도상국이 서비스업 육성정책을 펴는 것은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정보기술(IT)과 금융을 제외하면 서비스업은 기술력의 중요성이 떨어지고 대외 수출도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개발도상국의 섣부른 서비스업 육성정책은 전체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을 둔화시켜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말하르 나바 미국 웨슬리대 교수는 논문에서 “중국 서비스업 생산성이 낮았던 것은 과거 중국 정부가 제조업 중심의 성장전략을 펼치는 과정에서 차별받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대부분의 중국 은행이 제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우선시하는 바람에 서비스산업은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 서비스산업에서 고부가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만큼 서비스업 육성이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하락시킬 것이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서비스업 분야 상위 500대 기업 중 도소매 음식·숙박 교통운수 등 전통 서비스업을 하는 기업 수는 2005년 319개였으나 2014년 254개로 줄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3.8%에서 50.8%로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정보기술(IT)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 지식기반 서비스 기업 매출이 상위 500대 서비스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부터 50%를 웃돌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도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며 지난해 4월 전자상거래, 프랜차이즈, 양로서비스산업 등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제한을 완화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