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시청자층 67세, 광고 수익 도움 안 돼"
"머독家, 젊은 시청자층 유입 위해 장애물 제거"

'킹메이커'로 알려질 만큼 미국 정계, 특히 공화당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폭스뉴스의 로저 에일스 회장이 성 추문으로 결국사퇴했다.

하지만 그가 사퇴하게 된 진짜 이유는 21세기 폭스의 소유주인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일가와의 불화와 향후 사업 비전에 대한 견해차 때문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21일 전했다.

IT 전문매체인 리코드는 "아버지로부터 지난해 21세기 폭스의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물려받은 제임스 머독과 라클런 머독 두 형제가 에일스를 성 추문의 수렁으로몰아넣었고, 이 상황을 이용해 회사 내 자신들의 오랜 장애물이었던 에일스 회장을 제거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미국의 많은 언론은 76세의 골수 공화당원인 에일스 회장과 젊고 진취적인 머독 가의 두 형제간에 정치적, 개인적 충돌에 관해 여러 차례 다뤘다.

특히 에일스는 의문스러운 상호계약 등으로 부패한 경영자란 인식이 강했지만, 장남 제임스는 데이터를 우선으로 하는 테크노크라트이고 차남 라클런은 열렬한 머독 가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에일스와는 완전히 다른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리코드는 "이런 보도들은 대부분 사실이지만, 덜 알려진 그러나 이런 성향의 차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면서 "그것은 폭스뉴스의 비즈니스와 관련된 실용적 문제"라고 전했다.

바로 가장 높은 광고료가 적용되는 프라임 타임대 폭스뉴스 시청자층의 지나친 고령화가 에일스를 추방한 주된 이유라는 것이다.

프라임 타임대 폭스뉴스 시청자층의 평균연령은 68세. 케이블 뉴스 업계에서 광고주들은 25∼54세 연령대 시청자들에게 가장 높은 광고료를 지불하고 있다.

이는 평균연령 68세인 폭스뉴스 시청자들은 광고주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음을 의미한다고 리코드는 부연했다.

폭스뉴스는 연간 15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면서 모회사인 21세기 폭스의 연간 수익에서 24%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대부분은 2∼3년 만에 협상을 갱신해야 하는 배급업자들로부터 받는 면허(라이선스) 수입이다.

전체 시청률에서 CNN이나 MSNBC 등 경쟁 채널을 따돌리고 시청률 순위 1위를 질주 중인 폭스뉴스지만, 그 많은 시청자를 수익화하지못하는 것은 고연령 시청자층에 대한 광고주들의 외면 때문이라고 리코드는 전했다.

에일스의 폭스뉴스는 미국인들의 공포가 정치적 담론을 지배할 당시인 9·11 이후 시청률이 크게 올랐다.

이후 격한 보수의 목소리와 심한 욕설까지 곁들인 프로그램들로 보수층 노년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머독 일가 가운데 에일스 추방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낸 것은 제임스 머독이다.

그는 폭스뉴스 시청자층을 보다 젊게 만들고, 인터넷 친화적인 방송으로 거듭나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리코드는 전망했다.

하지만 에일스 사퇴 후 폭스뉴스의 회장 겸 CEO는 올해 85세인 루퍼트 머독이 맡게 된다고 리코드는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