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적절성 여부 의견 엇갈려…"SOC 사업 빠져 제한적 효과" 지적도

정책팀 = 22일 정부가 발표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관련, 경제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재정정책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특히 구조조정 본격화와 대량 실업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올해 추경의 목적과 역할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만 11조원으로 편성된 추경안 규모가 경기 위축을 막고 고용한파에 대비하기에 적절한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일자리 창출 등 효과가 큰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 배제되면서 효과가 제한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이번 추경안은 전반적인 산업 구조조정을 하고 돌파구를 찾으려는 통상적인 추경과는 거리가 좀 있다.

올해는 세계잉여금과 불용액을 소진하기 위한 균형예산에 가깝다.

지금은 경기침체인데 흑자재정이 발생한 상황 아닌가.

본격적으로 대체수요를 만들어 구조조정을 준비하겠다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경기활성화 측면에서 지방교부금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지방은 서울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기 때문에 지자체에 재원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

SOC가 들어있지 않아서 생각만큼 경기부양 효과는 커보이지 않는다.

SOC라는 것이 꼭 엄청난 규모의 토목 사업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이 있을 수 있다.

추경을 통해 성장률을 높이려고 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SOC가 없으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SOC는 실업대책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다.

SOC 사업이 논란이 있긴 하지만 타당한 대체수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실업대책과 연관된 SOC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추경 목표에 비해 규모도 작다.

만약에 우리가 세금을 줄이는 쪽으로 갈게 아니라면 지출을 20조원 정도 하는게 맞다고 본다.

10조원 정도로 할 것이라면 재정지출보다는 하반기 세수 상황을 보고 오히려 세금부담을 줄이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

건전재정을 강조하는데 사실 흑자재정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재정이 역할을 해야 한다.

◇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정부의 고심이 나름대로 추경안에 담긴 것 같다.

원래 목표였던 구조조정과 민생안정, 그리고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대응에 관련한 언급도 있다.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한 경제 위축 우려를 고려해 농특회계를 늘리는 내용도 골고루 들어가 있는 등 추경예산이라는 목표에는 어느 정도 충실하지 않았나 싶다.

올해 추경은 작년과 비슷한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는 세입보전에 투입되느라 실질적으로 못쓰인 부분이 좀 있었다.

이번에는 지방재정교부금으로 내려가는 부분도 있고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쓰이는 부분도 있다보니 정부가 직접 사업을 벌이는 부분이 적어져 작년과 비슷한 정도의 효과가 예상된다.

규모 측면에서 이번 추경은 성장 위축을 막고 브렉시트 위기에 대응하는 정도에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 자체가 떨어져 있는 상황이어서 무리하게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재정을 확장해도 효과가 장기간 이어지기 어렵다.

또 국가채무 증가도 우려된다.

추경이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끌어올리는 측면의 효과가 0.1∼0.2%포인트(p) 정도로 제시됐다.

조금 약할 수는 있지만, 억지로 끌어올리는 것이 더 나쁘다.

추경 사업으로 인한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는 좀 약해보이는 반면 지방경제 쪽이 강조가 됐다는 느낌이다.

◇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
추경 편성으로 어느 정도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기는 어려운 시점이다.

달러화 강세로 인해 우리가 금리를 더 낮추면 원화와 달러화의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역대 최저로 내려온 금리를 추가 인하하기는 힘들다.

다른 방향으로 경기부양을 하려면 당연히 추경을 확대하는 방법밖에 없다.

특히 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재원이 더 필요한데, 그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확대하는 점은 바람직하다.

구조조정과 산업구조 재편에 따른 단기 충격은 있겠지만, 빨리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해 재기의 여건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데 추경이 쓰여야 한다.

그런데 민생안정 분야 예산 중 전기자동차 보급과 충전인프라 구축과 같은 내용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인다.

친환경차 보급으로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은 연구·개발(R&D) 지원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맞다.

기초노령연금 확대, 독거노인 가구 생계지원 이런게 민생안정이다.

정부가 민생안정이라는 부분에 예산을 배정해야 하다 보니 좀 끼워맞춘 느낌이 있다.

또 청년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한다면서 교육훈련을 지원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핵심은 미스매치가 맞는데, 이는 중소기업들은 인력이 부족한 반면 청년들이 이쪽으로 취업하기를 원치 않다 보니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미스매치를 해소하려면 교육훈련보다는 중소기업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다.

일자리 여건을 개선해야만 한다.

문제 핵심을 해결하는 방법론으로는 조금 맞지 않는다고 보인다.

◇ 백웅기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
전체적으로 작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추경보다 지출 규모가 커졌으니 규모 면에서는 괜찮다.

그러나 핵심 지원이 아니라 여기저기 나눠주기 식으로 사업이 흩어져 있는 것 같다.

구조조정 대비, 일자리 지원이 목적인데 실제 그런 목적에 쓰이는 돈이 많지 않다.

구조조정과 관련해서 조선업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은 크게 보면 관광산업 육성 촉진과 관광산업 융자지원 정도로 2천억원이 좀 안 된다.

일자리 창출, 민생안정 대책 여러 항목이 나열돼 있지만 본예산에서도 했던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수출입은행 출자 규모도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자본확충에 충분한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씀씀이 면에서 실제 구조조정과 관련한 부분이 그렇게 많지 않게 된 것은 재정을 조기집행하다 보니까 하반기에 돈 쓸 여력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추경은 하반기 사업에 쓸 돈을 조달하는 성격이 있다.

추경을 염두에 두고서 조기집행을 하는, 관행적인 추경 편성이 자꾸 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가 있다.

추경이 실제 효과가 있었는지 평가도 빠져 있다.

2013년, 2015년, 올해까지 추경하면서 그때마다 일자리 창출 지원이 빠짐없이 들어갔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평균 성장률이 2%대로 추락했다.

재정을 통해서 정부 지출을 계속 확대해왔는데 그럼에도 일자리 창출이 안 되는 것은 여전히 똑같다.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때가 됐는데 여전히 허덕대다 보니 일자리 대책에 이것저것 많이 집어넣었다.

추경을 할 때 이전 일자리 대책으로 얼마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됐는지 평가해 이를 공개해야 한다.

이번 청년 일자리 대책도 가상현실(VR) 콘텐츠, 대중문화 등 시류에 편승하는 쪽이 많아 보인다.

(세종=연합뉴스)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