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가파른 인건비 상승으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 하락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베트남의 저렴한 인건비에 기댄 단순 가공업 위주의 투자에서 벗어나 인구 9천만 명의 소비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동계 대표인 베트남노동총연맹(VGCL)은 현재 지역별로 108∼157달러(12만∼18만 원)인 월 최저임금을 내년에 11%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 대표인 베트남상공회의소(VCCI)는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라 기업들의 부담이 너무 커졌다며 4.62% 인상안을 제시했다.

베트남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3년 17.5%에서 2014년 14.9%, 2015년 14.8%, 2016년 12.4%로 둔화했지만 연간 두 자릿수 행진을 했다.

이는 최근 몇년간 베트남의 연평균 성장률 6%대를 넘는 수준이다.

베트남국가임금위원회는 노사 의견을 수렴해 이르면 8월 최저임금 인상 폭을 결정한다.

베트남 정부가 근로자의 삶의 질 개선에 정책 무게를 두는 점을 고려할 때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10%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이에 연동된 사회보험료, 의료보험료 등 기업들의 각종 비용 부담도 커진다.

임충현 대한상공회의소 베트남사무소장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4천 개를 넘는 가운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섬유, 봉제 등 노동집약적 업종의 수익성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임금 인상이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고용 증대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임금이 오른 만큼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는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 이전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KIET)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이 섬유산업과 전자산업에 집중돼 있다며 이 중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는 섬유산업의 경우 인건비 상승으로 경쟁력이 약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이 단순 가공보다는 제품 부가가치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며 빠르게 확장하는 베트남 소비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진출 전략을 세울 것을 주문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