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고 비합리적 소송에 대응"…베이징·선전·시안서 일제히 맞소송

삼성전자가 중국 휴대전화 제조업체 화웨이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이에 앞서 화웨이는 삼성전자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낸 바 있다.

삼성전자로선 미국에서 애플과 일전을 겨룬 데 이어 중국에서도 특허 문제로 화웨이와 맞붙게 된 셈이다.

22일 왕이(網易)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중국 베이징 지식재산권법원에 화웨이와 모바일 기기 유통업체 헝통다(亨通達) 백화 유한공사를 상대로 1억6천100만 위안(한화 247억원) 규모의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이 가운데 화웨이 관련 소송액만 8천50만 위안(137억원)이다.

이는 베이징 지식재산권법원이 지난 21일 공표하면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소장에서 화웨이가 모바일 통신 시스템의 제어정보 송수신 방법 및 장치, 운동 이미지 데이터를 기록하는 방법 및 디지털 카메라 등과 관련해 6건의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메이트8, 아너 등 화웨이가 생산한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지목했다.

헝통다 백화점의 경우 특허가 침해된 화웨이 제품을 판매해 삼성전자에 손해를 끼쳤다고 삼성전자는 보고 있다.

이 백화점은 사실상 화웨이의 전속 유통망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법적 분쟁보다는 협상을 통한 평화로운 해결 방법을 선호한다"며 "그러나 무리하고 비합리적인 특허소송에는 상응하는 대응을 해왔고, 이번 소송도 그런 차원"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혁신적인 기술과 특허 개발을 선도해왔고, 공정한 경쟁과 업계 발전을 위해 타사의 정당한 특허권을 존중해왔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베이징 외에도 선전(深천<土+川>)과 시안(西安)에서 화웨이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안승호 삼성전자 지식재산권센터장(부사장)은 지난 5월 25일 취재진과 만나 "맞소송이든 해야겠죠. 그쪽(화웨이)에서 그렇게 나오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고…"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지난 6일 광둥(廣東)성 선전과 푸젠(福建)성 취안저우(泉州)의 중급법원에 삼성전자가 자사가 보유한 특허를 침해했다며 8천만 위안(140억원)의 배상을 요구한 바 있다.

화웨이는 소장에서 휴대전화의 폴더 내 아이콘 또는 위젯 디스플레이 방식과 관련한 특허를 삼성전자가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화웨이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한 제품은 삼성의 갤럭시 S7 등 모두 16개 제품이다.

화웨이는 삼성, 애플에 이어 세계 3위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5월에도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과 중국 법원에 4세대 이동통신 업계표준과 관련된 특허를 침해당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일각에서는 화웨이가 사업자 간 특허를 공유하는 '크로스 라이선스' 협상을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관측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물밑 협상을 병행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삼성전자가 화웨이의 소송에 정면 대응하기로 한 만큼 협상이 조기 타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미국 법원에서도 화웨이에 맞소송을 제기할 전망이다.

(베이징·서울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한지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