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6∼8%대로 30∼40대가 주로 빌려…제2금융권 고금리서 전환
금융위 "추이 지켜보며 공급한도 확대 검토"

이달 초 은행권이 출시한 10% 언저리의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인 '사잇돌대출'이 비교적 순조로운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다.

21일 금융위원회가 공개한 집계 자료를 보면 첫 판매일인 이달 5일부터 20일까지 9개 은행이 총 3천163건, 323억8천억원의 사잇돌 대출을 실행했다.

하루 평균으로 보면 264건, 27억원 수준으로, 비교적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금융위는 평가했다.

사잇돌 대출의 공급 한도가 5천억원인 점을 고려할 때 이런 판매속도가 유지된다면 연말까지 한도가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인당 평균 대출액은 1천24만원이었고, 대출금리는 연 6∼8%대가 77.8%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또한 대출자의 다수인 73.2%가 최장 만기인 5년 분할상환 방식을 선택했다.

은행 창구에서 신청한 비중이 81.0%였고, 온라인으로 신청한 비중도 19.0%나 됐다.

앞서 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등 9개 은행은 서울보증보험과 보증보험 협약을 맺고 10% 내외의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인 사잇돌 대출을 출시한 바 있다.

은행 문턱이 높았던 신용도 4∼7등급자를 주요 대상으로 최대 2천만원까지 제2금융권보다 낮은 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기존 신용대출 상품과 달리 원리금 상환의 거치 기간을 둘 수 없게 하고,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나눠 갚게 한 것이 특징이다.

1천만원을 연 7%대 금리로 빌려 5년간 원리금을 균등해 분할상환할 경우 매달 19만8천원을 갚아나가야 한다.

대출자 특성을 보면 신용등급 4∼6등급자가 76.8%로 대다수였고, 연 소득은 2천만∼4천만원대가 69.1%를 차지했다.

연령대는 30대가 30.3%, 40대가 37.0%, 50대가 21.1%로 주를 이뤘다.

실제 대출자 상담 사례를 보면 제2금융권 등에서 고금리 신용대출을 쓰고 있다가 사잇돌 대출로 갈아타 이자비용을 절감했다는 수혜층이 많았다.

가스배달 사업자 A씨는 신용등급 4등급에 연소득이 1천900만원인데, 연 20%의 카드론 대출 1천600만원을 사잇돌 대출로 바꾸면서 이자비용이 연 766만원에서 320만원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신용등급 4등급에 연 소득 2천300만원인 보험설계사 B씨는 연 11%대 캐피털사 신용대출을 6.69%의 사잇돌대출로 갈아타면서 연이자 비용을 548만원에서 306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잇돌대출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신용대출이 타격을 입는다는 지적이 있으나 사잇돌대출 공급 목표가 연 5천억원에 불과해 제2금융권 대출을 위축시킬 우려는 적다"고 설명했다.

대출거절 사례가 많다는 지적에는 "은행들이 시장원리에 따라 중·저신용자의 상환능력을 전제로 대출한도와 금리를 산정하기 때문에 신청자의 소득과 부채, 연체 여부에 따라 대출이 거절되거나 승인 한도가 낮아질 수 있다"며 "서울보증과 은행들이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승인조건과 대출한도 등의 조정 여부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대출 운용 성과와 신용평가 모델 개선 추이를 지켜보며 현행 5천억원 한도의 대출공급 규모의 확대를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한편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NH농협은행 광화문지점을 방문해 대출창구를 둘러보며 사잇돌대출 운용 상황을 점검했다.

임 위원장은 운용 상황 점검을 마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사잇돌대출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안착하고 있다"며 "9월에 지방은행까지 확대되고 저축은행도 사잇돌대출을 출시하면 중금리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중금리 시장을 만들려고 인터넷은행을 움직이는 등 여러 노력을 했지만, 중금리 대출금을 집계해보니 1천억원 밖에 되지 않았다"며 "사잇돌대출을 은행권에서 5천억원 공급하고, 저축은행도 비슷한 규모로 공급하면 중금리 시장 규모가 조 단위로 올라서게 된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에 있던 공백을 메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임 위원장은 사잇돌대출 운용 상황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그간 금융개혁을 추진하면서 ISA 등 많은 금융상품을 출시했지만 사잇돌대출이 가장 잘하고 싶은 상품"이라며 힘을 싣기도 했다.

그는 "사잇돌대출 출시 이후 저축은행에서 중금리 상품이 봇물 터지듯이 나오고 있다"며 "모든 계층이 자기 신용도에 맞는 대출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박초롱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