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의 새 최고경영자(CEO) 후보 선임이 또 미뤄졌다. 낙하산 인사 논란, 정치권 개입설 등이 불거지면서 결정을 미룬 것으로 분석된다. 대우건설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는 며칠간 숙려기간을 가진 뒤 최종 후보에 오른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상임고문과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 중에서 CEO 후보를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본지 7월20일자 A2면 참조

20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사추위는 이날 박 고문, 조 전 부사장 등 두 명의 후보 중에서 한 명을 최종 CEO 후보로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위원들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정을 유보했다.

서울 종로 대우건설 본사에서 열린 이날 사추위 회의엔 대우건설 사외이사인 권순직 전 동아일보 주필과 박간 해관재단 이사, 산업은행 전영삼 부행장과 오진교 사모펀드실장 등 4명이 참석했다. 지홍기 전 영남대 교수는 중국 출장 중이어서 화상회의 형태로 회의에 참여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회의에선 박 고문과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선임 의견이 엇갈렸다.

사추위원 다섯 명의 두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가 3 대 2로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사추위원들은 일정기간 숙려기간을 가진 뒤 CEO 후보를 최종 결정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다만 CEO 선임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거나 재공모하는 게 아니라 최종 후보군에 오른 박 고문과 조 전 부사장 중에서 정하기로 했다.

한 참석자는 “숙려기간을 갖기로 했지만 절충점을 찾을지, 표결까지 갈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만장일치까지는 아니더라도 4 대 1 정도로 의견을 모을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성급하게 결정하다간 추후 CEO 선임 과정을 두고 시비가 불거질 우려도 있었다”고 전했다.

후보 선임 결정이 보류된 데는 최근 불거진 낙하산 선임 논란에 대한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추위는 중국 출장 중인 지 위원이 귀국하는 대로 다시 회의를 열어 새 CEO를 정할 방침이다. 지 위원은 이번 주말 귀국할 예정이어서 다음 사추위 회의는 이르면 다음주 초에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선 다음 회의에서도 새 CEO 후보를 정하지 못할 경우 대우건설의 경영공백이 오래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 임기는 지난 14일로 만료됐다.

이태명/조수영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