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경남 창원시에 있는 두산중공업 터빈공장을 방문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가운데). 두산 제공
지난 4월 경남 창원시에 있는 두산중공업 터빈공장을 방문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가운데). 두산 제공
두산그룹이 창사 이후 두 번째 선제 구조조정에 성공했다.

두산그룹은 1997~2000년 첫 번째 선제 구조조정을 추진, 국내 소비재기업에서 글로벌 인프라기업으로 변신했다. 두산은 올 상반기까지 두 번째 선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면서 대규모 실적 개선을 이끌어냈다. 박 회장은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고(故) 박두병 그룹 초대 회장의 맏손자다. ‘오너 4세대’ 경영자로서 과감한 업종 전환, 인재 중시 경영철학 등 120년 역사를 지닌 두산그룹의 핵심 DNA가 몸에 배어 있다는 평가다.

◆재무구조 개선작업 ‘마침표’ 찍어

두산 두 번째 선제적 구조조정 성공…박정원 회장의 '현장 리더십' 빛났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취임하자마자 “당면한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두산그룹은 2014년 KFC 매각을 시작으로 공작기계사업부, 두산DST, 배열회수보일러(HRSG)사업부 등을 잇달아 팔아 올 상반기까지 현금 3조원을 확보했다.

두산그룹은 1997~2000년에도 코카콜라, 오비맥주를 매각하고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면서 소비재기업에서 인프라전문기업으로 전환했다. 두산그룹 고위 관계자는 “상당수 대기업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직·간접 지원을 받아 사업구조를 재편했지만 두산은 정부 도움 없이 스스로 사전 구조조정에 성공한 유일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되는 알짜 사업부를 매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두산그룹은 수익성이 낮은 기업만 팔려고 했다면 구조조정에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와 수요 둔화로 많은 중공업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두산그룹이 뚜렷한 실적 개선을 보인 것도 선제 구조조정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두산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51% 급증한 5579억원을 기록했다.

◆현장경영 결실 보나

박 회장은 취임사에서 “환경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에는 현장의 판단과 빠른 대응이 성패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현장에서는 기회가 보이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현장 경영’을 강조한 것은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극대화하고 기업 체질을 개선해 성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다.

박 회장은 4월 경남 창원시 두산중공업 사업장과 인천 두산인프라코어 사업장을 방문했고 5월엔 충북 증평 두산 전자사업부(BG) 사업장, 전북 군산 두산인프라코어 사업장, 6월엔 중국 옌타이 두산 산업차량BG 사업장 등을 잇달아 찾았다. 현장경영은 인재 발굴과 육성을 중시하는 경영철학과 맥이 닿아 있다. 그는 2009년 두산베어스 구단주를 맡으면서 이 경영철학을 야구에 접목했다. 당시 두산베어스는 기량 좋은 선수를 끊임없이 배출한다는 의미로 한국 야구계에서 ‘화수분 야구’라는 호평을 받았다.

두산그룹은 연료전지, 면세점사업 등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첫 번째 시험대는 두산밥캣 상장과 두산면세점의 전면 개점 시점인 올 10월이 될 전망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전면 개점 예정인 면세점이 하루 매출을 5억원대까지 끌어올리며 손실이 축소되고 있고 연료전지가 하반기 수주 및 매출 집중으로 실적 개선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산그룹은 이달 들어 두산중공업을 통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제어 분야의 원천 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을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M&A) 기회를 노리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