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회계자료 작성 지시, 신동빈 회장 관여 여부 등 조사
제2롯데월드 의혹 핵심인물…관련 내용 추궁할지 관심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19일 기 준(69) 전 롯데물산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오전 9시 20분께 검찰청사에 도착한 기 전 사장은 '국가 상대 소송사기는 어느 분 생각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왜 사기라고 생각하나.

사실대로 얘기하겠다.

조사 결과 지켜봐달라"고 답변했다.

'신동빈 그룹 회장에 보고됐나'라는 질문에는 "너무 앞서가지 마라"며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도 "다소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부인하는 취지로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기 전 사장은 롯데그룹 계열사인 KP케미칼(현 롯데케미칼)이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 사기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P케미칼은 2006년 허위 회계자료를 작성해 정부에 세금 환급 소송을 제기, 법인세·가산세 등 270억여원을 돌려받았다.

기 전 사장은 소송이 제기되고 한창 진행 중이던 2006∼2007년 KP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으로 있었다.

검찰은 당시 실무 책임자였던 롯데케미칼 전 재무이사 김모씨로부터 기 전 사장이 이 일에 깊이 개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달 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기 전 사장을 상대로 회계자료 허위 작성을 지시했는지, 신동빈 그룹 회장 등 수뇌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이 화학 원료를 수입할 때 일본 롯데물산을 거래 과정에 끼워 넣어 수수료를 지급하는 수법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롯데 측은 외환위기 당시 거액의 무역금융을 중계해준 데 대한 수수료 성격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검찰은 신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의 비자금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이날 제2롯데월드 인허가를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을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2월부터 2년간 제2롯데월드 시행사인 롯데물산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장경작(73) 전 호텔롯데 총괄사장과 함께 제2롯데월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1994년부터 추진된 제2롯데월드 프로젝트는 인근 서울공항의 비행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번번이 무산되다 공항 내 활주로 각도를 3도 트는 것을 전제로 2010년 11월 건축 허가를 취득했다.

다만 검찰은 "제2롯데월드 의혹은 아직 수사 단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조사 내용을 토대로 기 전 사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비롯한 신병처리 방향과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 관련 비리 수사가 빠르게 진척됨에 따라 허수영(65) 현 사장의 검찰 출석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이보배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