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형지, ‘골프’ 공략 고삐…LF·유니클로는 테니스 신규 라인 출시

'성장 꺾인 아웃도어' 골프·테니스 웨어로 갈아탄다
아웃도어 시장이 침체기를 맞았다. 아웃도어 의류의 인기는 불과 4~5년 전만 해도 괜찮았다. 등산로에서는 아웃도어를 갖춰 입지 않은 등산객이 돋보일 정도였다.

아웃도어는 중고등학생 에게까지 인기를 끌면서 부모의 등골을 부러뜨리는 옷, 이른바 ‘등골브레이커’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아웃도어의 인기는 2012년부터 시들해졌다. ‘앞산에 올라가면서 복장은 히말라야급’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그 빈자리를 골프웨어가 채우고 있다. 전통과 현대적 느낌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테니스룩’도 흥행몰이 중이다.

아웃도어는 패션 업계에서 나홀로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매출 부진에 시달리면서 브랜드를 철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성장 꺾인 아웃도어' 골프·테니스 웨어로 갈아탄다
패션그룹형지는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케이프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2012년 영국 브랜드인 노스케이프를 국내에 론칭한 지 4년 만이다. 형지는 노스케이프와 와일드로즈로 이원화된 아웃도어 사업을 단순화하기 위해 노스케이프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와일드로즈는 여성 고객에게 특화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지속 성장하고 있다”며 “전국 70여 개 노스케이프 매장 점주를 대상으로 와일드로즈 등 다른 브랜드 매장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안그룹도 캠핑 아웃도어 브랜드 오프로드를 올해 안에 철수한다. LS네트웍스의 잭울프스킨,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살로몬, 휠라코리아의 휠라 아웃도어, 금강제화의 헬리한센 등 지난 2년 새 철수한 아웃도어 브랜드만 10개가 넘는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률은 2010년 34%로 정점을 찍었다. 당시 국내시장 규모는 3조2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나 증가했다. 하지만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세는 2012년부터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2년 27%로 떨어진 성장률은 2013년 19%, 2014년엔 13%까지 하락했다.

국내 아웃도어 업계는 그동안 극한 기후를 타깃으로 한 부피감 있는 헤비 다운 재킷에 초점을 맞춰 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극도로 추운 설산이나 오지를 탐험할 때 착용하는 아이템보다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에 관심을 둔다.

세계 곳곳에서 단체로 등산복을 착용한 한국 관광객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늘어난 것 또한 아웃도어 브랜드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게 삼성패션연구소의 분석이다.

패션 업계는 성장 동력을 잃은 등산복 대신 골프웨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골프웨어 시장 규모는 2010년 1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원대로 5년 만에 두 배 정도 성장했다.
와이드앵글의 2016 SS 시즌 화보. /와이드앵글 제공
와이드앵글의 2016 SS 시즌 화보. /와이드앵글 제공
◆K2, 30~40대 겨냥한 와이드앵글 ‘순항’

최근 국내 골프웨어 시장에선 아웃도어 업체인 K2코리아의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K2가 운영하는 와이드앵글(W.ANGLE)은 2014년 9월 론칭 이후 지난해 6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K2는 30~40대를 중심으로 브랜드 선호도와 매출이 급상승하는 점에 주목, 올해 1월 와이드앵글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했다.

와이드앵글은 지난 3월과 4월 각각 85억원, 11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루이까스텔과 파리게이츠에 이어 국내 골프웨어 업계 3위(4월 말 기준)로 올라섰다. 이 브랜드는 5월 98억원, 6월 7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순항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능성과 스타일을 살려 젊은 골퍼의 만족도를 높인 결과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필드는 물론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감각적이고 세련된 스타일로 올해 목표인 전국 매장 180곳, 매출 11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까스텔바쟉의 ‘리우올림픽 스페셜 에디션 라인’. /패션그룹형지 제공
까스텔바쟉의 ‘리우올림픽 스페셜 에디션 라인’. /패션그룹형지 제공
패션그룹형지도 아웃도어 대신 골프웨어 시장 공략을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형지는 최근 프랑스 명품 골프웨어 까스텔바쟉을 물적 분할 방식을 통해 별도 법인으로 신설하기로 했다.

까스텔바쟉은 세계적 크리에이터 장 샤를르 드 까스텔바쟉의 이름을 따 만든 브랜드로, 2015년 3월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지난해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에는 매출 1000억원, 전국 매장 180곳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까스텔바쟉은 올해 상반기에만 58개의 매장을 신규 오픈하는 등 현재 총 158개의 매장을 보유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3월 백화점 사업본부를 출범시킨 후 백화점과 프리미엄 아울렛 입점 등 유통망 다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골프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을 기념해 스페셜 에디션 라인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브랜드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패션 기업 세정은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 헤리토리의 감성과 콘셉트를 기반으로 한 골프웨어 ‘헤리토리GO’를 2014년 론칭했다.

헤리토리GO는 ‘스타일리시 골프웨어’를 표방한다. 20~30대가 골프웨어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캐주얼한 감성을 녹여낸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헤리토리GO는 2014년 패션 편집숍 웰메이드 매장 50개점 입점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250여 개 매장에 입점했다. 지난해 웰메이드 매출 내 골프웨어 매출 비율은 10% 정도다.

회사 관계자는 “패션 업계는 2014년 하반기부터 골프웨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며 “트렌드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웰메이드 내 아웃도어 비율을 줄이는 대신 골프웨어 비율을 높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LPGA gallery’의 2016 FW 시즌 신제품. /엠케이트렌드 제공
‘LPGA gallery’의 2016 FW 시즌 신제품. /엠케이트렌드 제공
◆엠케이트렌드, ‘LPGA gallery’ 론칭

골프웨어가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신규 브랜드의 론칭도 이어지고 있다.

엠케이트렌드는 7월 14일 스타일리시 골프웨어 ‘LPGA 갤러리(gallery)’를 정식 론칭했다. 엠케이트렌드는 TBJ·앤듀·버커루·NBA 등의 캐주얼 브랜드를 보유 중이다. 엠케이트렌드는 지난해 12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와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했다.

LPGA 갤러리는 유니크한 스타일의 ‘플레이어 라인’, 캐주얼 스타일의 ‘트래블 라인’, 모던하고 절제된 디테일의 ‘퍼포먼스 라인’ 등 세 종류의 스포츠웨어를 제공한다. 주요 타깃 층은 20~30대 젊은 남녀 골퍼다. LPGA 갤러리는 올해 매출액 80억원과 40개 매장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기영 엠케이트렌드 LPGA사업부 총괄이사는 “캐주얼 시장에서 확보한 디자인·전략 등을 바탕으로 기능성과 패션성을 모두 갖춘 캐주얼 골프웨어 브랜드로 자리 잡겠다”고 말했다.

위비스는 최근 국산 골프공 업체인 볼빅과 라이선스를 체결하고 골프웨어를 출시하기로 했다. ‘볼빅 골프웨어’는 내년 봄 정식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 쉬스코리아의 ‘쉬스’, 온유어패럴의 ‘트레비스’, 엠씨스 스포츠의 ‘맥케이슨 골프’ 등이 내년 봄 론칭을 준비 중이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때 부진했던 골프웨어 시장이 아웃도어를 대체하면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아웃도어 브랜드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등 옥석이 가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클래식과 모던의 공존 ‘테니스룩’도 인기

최근 패션 업계의 또 다른 트렌드는 ‘테니스룩’이다. 테니스는 클래식한 분위기는 물론 귀족 스포츠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내세우기에 가장 적합한 종목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LF는 올해 상반기 영국 ‘윔블던 챔피언십’과 공식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헤지스 윔블던 라인’을 출시했다.

헤지스 윔블던 라인은 출시 한 달 반 만에 대부분의 스타일이 한두 차례 완판돼 추가 생산(리오더)에 들어갔다. 당초 매출 목표를 40% 정도 웃돌았을 정도로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상훈 LF 헤지스 남성부문 팀장은 “세계 최고의 역사를 지닌 윔블던의 정통성을 담아 소장 가치가 높은 제품을 선보였다”며 “앞으로 윔블던과의 컬래버레이션을 다양한 제품군에 확대해 브랜드에 새로운 에너지와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니클로는 올해 프랑스의 모델 겸 디자이너 이네스 드 라 프레상주와 협업, 1930~1940년대 테니스룩을 재해석한 ‘르 스포’ 라인을 출시했다. 르 스포는 빛바랜 흰색과 연한 파스텔 색감을 택해 복고적이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렸다.

유니클로는 ‘테니스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2011년부터 세계 톱 랭커들을 후원하고 있다. 테니스 역사상 여덟째로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제패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노박 조코비치가 대표적이다. 조코비치는 ‘드라이-EX’ 소재를 활용한 유니클로 제품을 입고 경기에 나선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애슬레저(Athleisure : 스포츠웨어와 일상복의 경계를 허문 옷)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며 “기능성은 물론 캐주얼웨어로도 스타일링할 수 있는 ‘유니클로 스포츠’ 라인을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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