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을 최종적으로 불허하면서 CJ그룹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CJ는 이번 매각으로 케이블TV 플랫폼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선택과 집중'을 추진하려 했으나 계획이 완전히 뒤틀릴 위기다.

매물로 내놓았던 CJ헬로비전을 놓고도 고민에 빠졌다.

CJ로서는 매각 추진을 하지 않으니만 못한 상황이 됐다.

CJ그룹 관계자는 18일 "공정위의 불허 결정으로 CJ가 큰 피해를 보게 됐다"며 "향후 절차와 CJ헬로비전의 정상화 문제 등을 놓고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은 매물로 내놨던 CJ헬로비전의 처리가 관건이다.

다시 안고 가거나, 재매각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양쪽 모두 상황이 녹록지 않다.

케이블TV 산업의 위기 속에서 CJ헬로비전을 계속 끌고 가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다른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인수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경영 정상화도 시급하다.

SK텔레콤으로의 매각 과정에서 영업활동과 신규투자 등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이뤄지지 않았다.

주요 경영 정보가 노출됐다는 점도 부담이다.

고용불안에 떨며 혼란을 겪었던 내부 인력들도 달래야 한다.

재매각을 추진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독·과점을 우려한 이번 불허 결정으로 사실상 국내 다른 방송·통신 사업자에게 매각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CJ그룹 관계자는 "CJ헬로비전을 계속 끌고 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만 쉽게 결론 내릴 수 없는 부분"이라며 "일단은 다시 매각을 추진하기보다는 CJ헬로비전을 다시 살리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CJ그룹으로서는 케이블TV 사업을 정리하고 그룹의 핵심 사업에 집중하려 했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2013년 이재현 회장이 구속 기소된 이후 대규모 투자를 미뤄오던 CJ그룹은 미래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해외 M&A 등에 적극 나서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CJ헬로비전 매각으로 마련한 자금 역시 대규모 투자에 사용할 방침이었다.

CJ헬로비전의 최대주주인 CJ오쇼핑은 CJ헬로비전 매각 대금으로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서려 했지만 제동이 걸렸다.

CJ그룹에는 최근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CJ헬로비전 매각 불허에 앞서 CJ제일제당이 야심 차게 추진하던 중국의 대형 바이오기업 메이화성우(梅花生物) 인수도 무산됐다.

이재현 회장의 건강과 재판 문제도 고민거리다.

신장이식 수술에 따른 거부반응과 면역억제제 부작용 등으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는 이 회장은 최근 건강이 극도로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8.15 특사를 앞두고 재상고 포기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손경식 회장이 최근 폐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으며, 이채욱 부회장도 폐질환을 가지고 있는 등 그룹 수뇌부의 건강 문제에도 줄줄이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