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성으로 1년 예산 1천800억원 굿네이버스 회장 취임
공채 1기로 21년간 '토종' 국제구호단체서 헌신…전문성도 강점

"21년간 일한 곳이라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굿네이버스가 수행하는 다양한 사업도 속속들이 알고 있습니다.

비영리 기관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가 몸에 배 있는 점이 제 강점입니다.

"
국내 주요 비영리 공익 단체 중 유일한 순수 민간단체이자 토종인 '굿네이버스'는 1991년 창립 후 25년 만에 큰 변화를 맞았다.

1년 예산 1천800억원, 한·미·일 누적 후원 회원수 100만명, 아프리카·아시아·중남미 등 35개국 211개 사업장을 총괄하는 수장에 40대 여성이 이달 1일 취임했다.

14일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양진옥(45·여) 회장은 취임 이후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준비된 회장'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1995년 중앙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굿네이버스 공채 1기 직원으로 입사한 양 회장은 인생의 절반에 가까운 21년간 이곳에서 각종 사업 실무를 맡아왔다.

"처음 굿네이버스에 들어왔을 때 활동의 규모는 작았지만, 미래의 꿈을 꿀 수 있었던 지점이 있었어요.

당시 생소했던 민간 영역 구호 활동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모금 활동도 하면서 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던 점을 배웠습니다.

그 설렘과 열정이 이렇게 오래 활동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죠."



양 회장은 2011년부터 사무총장으로 일했기에 업무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다만 혁신을 이끌 것이라는 외부의 기대에 어떻게 부응할지가 고민이라고 했다.

젊음과 전문성은 양 회장의 가장 큰 강점이다.

말단에서 시작해 21년간 굿네이버스가 현재의 모습으로 성장하기까지 다양한 사업에 모두 주역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모든 활동은 언제나 새로운 기획이 필요했죠. 창의적인 시각으로 가보지 않은 길을 도전하며 길을 내는 굿네이버스의 문화를 직원으로서 경험했습니다.

"
양 회장은 자신의 손으로 수행한 사업 중에서 방학 중 사각지대에 놓인 결식아동 지원 프로그램을 하며 생소했던 교육복지를 확산한 일에 가장 큰 애착이 간다고 전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이후 결식아동 문제가 나타나면서 학기 중에 급식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죠. 하지만 방학 중에는 지원을 받지 못해 굶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이 아이들을 학교에 오게 해서 급식은 물론 정서 프로그램도 짜서 제공해주기로 했지만, 학교 측이 난색을 보이며 문을 열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학교마다 일일이 문을 두드리고 설명하는 작업을 했어요.

결국 2002년 서울에서 시작한 방학 결식아동 사업이 2004년 전국으로 확산했습니다.

"
두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양 회장은 여성 특유의 세심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돌이켜 보면 다른 사람을 설득하며 공감하는 과정에서 제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여성으로서 세심하고 배려심 있게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이해하는 공감이 있다.

그런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민간 기부 의식이 선진국 문턱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더 활발한 기부를 위해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처음 제가 입사했을 때는 사람들이 기부 자체를 생소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각계의 다양한 노력으로 기부 경험이 확대되면서 저변이 자연스럽게 넓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도 기부는 금전적이라는 생각이 강합니다.

가진 물건이나 재능을 나누며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다는 문화가 정착돼야 하죠. 이를 위해 어릴 때부터 나눔을 교육으로 체화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아울러 비영리 기관을 모두 아우르는 법과 제도를 정비해 통일된 기준이 제시될 때입니다.

"
양 회장은 굿네이버스만이 가진 역량과 차별성을 강조하며 더불어 지속 가능한 국제구호개발기구를 이끌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양 회장은 "굿네이버스는 토종 단체로서 25년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급성장했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사업에 전문성을 더해 사업의 실질적인 효과와 변화를 만들어 감동을 주는 것이 굿네이버스의 역할"이라며 "갈수록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어느 한 집단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시대이다.

지금까지 쌓은 우리의 경험을 다른 영역과 공유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공헌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2vs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