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 개정안 입법예고…압수수색·계좌추적 등 가능

고액의 벌금을 '일당 수백만원'짜리 노역장으로 대신하려는 미납자들에 대해 강제수사를 동원해 '숨겨둔 재산'까지 찾아 벌금을 집행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법무부는 500만원이 넘는 고액 벌금 집행을 위한 검사의 처분 등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477조의2를 신설하는 내용의 일부개정안을 15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500만원을 초과하는 벌금 미납자에 대해 검사가 ▲ 관계인 출석요구 ▲ 서류 등 제출요구 ▲ 특정 금융거래 정보 제공요청 ▲ 과세정보 제공요청 ▲ 금융실명법상 금융거래 내용에 대한 정보나 자료 제공요청 ▲ 공공기관이나 단체에 대한 사실조회 ▲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 검증 등을 할 수 있다.

법무부는 최근 고액 벌금 미납자가 벌금을 납부하지 않고 노역장 유치로 벌금을 면탈하는 이른바 '황제노역'이 문제가 되는 가운데 국민의 눈높이 만큼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최근 거액의 탈세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벌금 40억원이 확정된 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 재용(51)씨와 처남 이창석(65)씨가 벌금 미납으로 노역장에 유치된 게 대표적 사례다.

전씨는 벌금 38억6천만원, 이씨는 34억2천90만원을 미납했다.

미납한 벌금액수를 하루 400만원으로 환산해 각각 965일(약 2년 8개월), 857일(약 2년 4개월)의 노역장에 처해졌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노역 일당이 통상 10만원 수준인 일반 형사사범보다 전씨 등이 여전히 호사를 누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막으려면 궁극적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노역장에 유치되기 전에 집행을 철저히 할 수밖에 없는 만큼 재산추적 수단부터 명확히 하려는 조치다.

현행 형사소송법 477조에서는 재산형 집행과 관련해 민사집행법이나 국세징수법에 따른 집행 절차가 가능하다고만 규정돼있다.

과세정보나 금융거래 정보 제공,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 등 은닉 재산까지 파악할 수 있는 실질적 수단에 관해서는 규정이 없다.

결국 벌금 미납자가 집행 가능한 재산을 숨겨놓으면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벌금 집행을 위해 법원의 영장 없이도 금융정보 확인, 계좌추적 등을 할 수 있는 등 외국에서는 이미 벌금 집행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특정 공무원범죄나 중대범죄로 인한 범죄수익 등에 대해서는 '부가형'에 해당하는 몰수·추징을 집행할 때도 출석 요구, 영장에 의한 압수수색 등이 가능하다며, '주형'인 벌금형에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다음달 24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