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회사인 중국 비야디(BYD)에 약 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은 차량 전자장비 부품, 특히 배터리와 관련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자동차 전장 개발에 뛰어든 삼성은 그동안 배터리 외엔 별다른 납품처를 찾지 못했다. 사업전망이 가장 좋은 삼성SDI의 배터리는 야심차게 뛰어든 중국 시장에서 중국 정부의 삼원계 규제, 규범조건 규제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전기차와 배터리 사업을 키우고 있는 BYD로서도 삼성과의 협력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SDI가 가진 삼원계 배터리 기술을 습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개발 중인 각종 전장 부품도 활용할 수 있어서다.
[단독] BYD와 손잡은 삼성,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국 진출 교두보 마련
삼원계 기술 주고 배터리시장 돌파

BYD는 지난해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6만1722대를 팔아 1위에 오른 회사다. 시장점유율이 30%에 육박한다. 이 회사는 광둥성에 있는 공장에서 100% 자체 생산한 배터리를 쓰고 있다. BYD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15.1%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3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이 회사가 생산하는 배터리는 다른 중국 기업과 마찬가지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다. LFP 배터리는 제조는 쉽지만 에너지밀도가 낮다. 이 때문에 중국 내부에선 기술적으로 앞선 삼원계 배터리를 만드는 한국과 일본 업체를 당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크다. 중국 연구기관인 CGII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업계의 Wh당 생산원가는 2위안이지만, 한국과 일본 기업은 1.8위안이다.

중국 정부가 올초 안전성을 이유로 삼원계 배터리에 대해 전기버스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배경이다. ‘배터리 굴기’를 위해 BYD 등 자국 업체가 삼원계 기술을 개발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란 얘기다.

BYD는 그동안 삼원계 기술 습득을 위해 제휴처를 찾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삼성과 손잡았다. 삼성SDI는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을 노리고 시안 공장을 완공했다. 그러나 올초 삼원계 배터리 규제와 이어진 규범조건 규제 탓에 시장 개척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삼성SDI는 지난달 20일 중국 정부가 발표한 규범조건 4차 인증에서 탈락했다. 5차 인증을 추진 중이지만 언제 인증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이런 삼성으로선 삼원계 기술을 주고, 대신 BYD란 든든한 납품처를 확보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삼성SDI는 자체 수직계열화를 이룬 BYD에 그동안 납품하지 못했다.

삼성, 전장부품 공급 노려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LG전자 등에 비해 전장사업 진출이 늦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전장 개발에 뛰어든 LG와 달리 지난해 12월에야 전장사업팀을 신설했다. 이 팀은 자율주행기능, 인포테인먼트 개발 등을 추진 중이다. 또 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이미지센서 등 각종 반도체에 대한 연구도 벌이고 있다.

이처럼 기술 개발이 늦은 데다 자동차업계에선 1990년대 한때 삼성자동차를 경영한 삼성이 완성차 제조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은 기술력이 입증된 배터리 외엔 납품처 개척이 쉽지 않았다. 자본제휴를 계기로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에 전장 납품이 이뤄진다면 삼성의 전장사업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전기차 판매량이 2014년 7만4000대에서 2015년 33만4000대로 네 배 이상 증가했다. 대기오염 감소, 전기차산업 부흥 등을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줘서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 123만대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생산·판매된 전기차는 각각 6만2663대와 5만125대로 전년 동기(2만7271대, 2만6851대)에 비해 각각 228%와 186%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전기차 메카로 성장 중인 중국 시장에서 뿌리내리기 위해 과감하게 BYD와의 동거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석/남윤선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