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동결] "저물가는 유가 탓"…책임 피해 간 한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14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은 기자들로 북적거렸다. 기자실 뒤편은 카메라 기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고, 점심 식권은 일찌감치 동이 났다. 조용하던 한은에 언론사가 집결한 원인은 분명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물가와 관련해 사상 첫 대국민 설명에 나섰기 때문이다.

물가 안정은 중앙은행의 첫 번째 책무다. 하지만 오랫동안 저물가에서 벗어나지 못해 ‘중앙은행의 책임 방기’라는 비판이 많았다. 올해부터 한은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개월 연속으로 목표치(전년 동월 대비 2.0%)를 0.5%포인트 넘게 이탈하면 대국민 설명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8%에 머물러 첫 설명일자가 잡혔다.

하지만 이날 설명엔 알맹이가 없었다. 이 총재는 “수요 측면보다 국제 유가 등 공급 요인이 저물가의 주된 원인”이라며 “영국 일본 등 물가안정목표제를 운영하는 대부분 국가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를 크게 밑돌았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취임한 2014년의 한은 진단과 다를 게 없었다.

그는 “물가목표는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를 수렴시키는 것”이라며 통화정책으로 물가를 끌어올릴 때는 아니라고 말했다. 여기엔 물가에 대한 낙관이 깔려 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올해 말 1% 중반, 내년 상반기 2.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자연스레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얘기다.

한은은 첫 물가 설명의 ‘형식’을 두고 깊이 고민해왔다.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이 총재가 직접 별도 설명에 나서는 의지도 보였다. 하지만 대국민 설명이 경제활력을 원하는 국민에게 희망과 신뢰를 줬을지는 의문이다. 물가목표제에 대한 ‘오해’를 푸는 데 더 신경썼다는 쓴소리도 들렸다. 한은의 설명회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무슨 행사든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김유미 경제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