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정유 공급 과잉에 대응하기 위해 저가 정유 수출을 늘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보도했다. 글로벌 철강산업에 이어 정유산업까지 중국의 저가 수출 공세로 마진 압박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WSJ는 중국 관세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6월 수출입 통계를 인용, 지난달 중국의 디젤 가솔린 등 정유 수출은 420만t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8% 급증했다고 전했다. 대략 하루 102만배럴꼴로 정유 제품을 수출했다. 중국의 정유 수출은 올 상반기로 따지면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중국의 정유 수출이 올 들어 급증세를 보이면서 해외 경쟁업체는 정제마진 하락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투자은행 JP모간 분석에 따르면 디젤의 정제마진은 지난달 배럴당 4달러 수준으로 연초 대비 30%가량 하락했다.

중국의 정유 수출이 이처럼 늘고 있는 것은 중국의 경제성장세 둔화와 이와 맞물린 중화학공업 부진으로 정유에 대한 내수 수요가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최근 분석 보고서에서 “산업생산 증가세 둔화로 중국 내 디젤 수요가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가 에너지산업 규제완화 차원에서 작년부터 민간 정유회사가 해외에서 직접 원유를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도 정유제품 수출 급증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작년 이후 원유 수입을 급격하게 늘린 민간 정유회사들이 내수 수요가 부진하자 저가 수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간 정유회사는 전체 생산 제품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는 10% 수준이지만 향후 3년 안에 50%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어서 중국의 저가 정유 수출은 갈수록 증가할 전망이다. 투자은행 CLSA의 에너지담당 애널리스트 넬슨 왕은 “중국산 저가 정유 제품 수출은 이제 시작”이라며 “가장 큰 위협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