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사상 첫 물가목표 달성 실패 설명회

올 상반기 국내 물가가 낮은 수준에 머문 것은 국제유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한 점이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올해 말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중반으로 높아지고 내년 상반기에는 2.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4일 물가안정목표제 운영상황 관련 설명회를 열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지속적으로 밑돈 원인과 향후 전망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올 1∼6월 중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대비 0.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 총재는 올 상반기 국내 석유류 가격 하락이 1∼6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8%포인트 정도 낮춘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공급 측면에서 국제유가의 하락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낮춘 최대 요인이라는 얘기다.

올 상반기 중 국제유가는 작년 하반기보다는 올랐지만 작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35%가량(두바이유 기준) 낮은 수준이었다.

한은 분석 결과 지난 2013년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하락분 2.0%포인트 중에서 공급 측면의 요인이 4분의 3인 1.5%포인트를 차지했고 수요 요인은 4분의 1인 0.5%포인트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급요인 중에선 국제유가가 물가상승률을 0.9%포인트 끌어내렸고 환율과 농산물가격은 각각 0.1%포인트, 0.5%포인트 떨어뜨렸다.

수요측면의 요인 중에선 GDP 갭률과 수입물가가 물가상승률을 각각 0.1%포인트, 0.5%포인트 하락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국내와 해외 측면으로 나누면 유가와 수입물가, 환율 등은 2013년 이후 물가상승률 하락분(-2.0%포인트)에 4분의 3 가량(-1.5%포인트)을 기여했다.

나머지 4분의 1(-0.5%포인트)은 농산물가격 안정과 GDP 갭률의 마이너스 전환 등 국내 요인이었다.

특히 올 1분기 중에는 국제유가 및 수입물가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4%포인트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최근엔 국제유가 및 수입물가 등 해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

시기별로 보면 2013∼2014년에는 농산물가격 및 환율 하락이, 작년 이후에는 국제유가와 수입물가 및 GDP 갭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은 국제유가 등 그동안 소비자물가를 크게 떨어뜨렸던 공급자 측 요인들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면서 올 하반기 이후 물가 상승세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말께에는 1%대 중반으로 높아지고 내년 상반기에는 2.0% 수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올 하반기에는 유가가 물가를 0.5%포인트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내년에는 오히려 유가가 물가를 0.2∼0.3%포인트 높여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나가면서 중장기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접근하도록 통화정책을 운용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은의 물가목표 2%는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를 수렴시키겠다는 지향점"이라면서 "2%에 도달했다고 해서 그 시점에서 통화정책의 기조를 전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