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자 측 "자금조달 증빙 평가서 코람코에 앞서"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세일즈 앤드 리스백(Sales & Lease Back·매각 후 재임차)' 조건에 매물로 내놓은 홈플러스 5개 매장을 유경PSG자산운용이 인수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홈플러스는 14일 가좌점, 김포점, 김해점, 동대문점, 북수원점 등 5개 점포의 '세일즈 앤드 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계약을 유경PSG자산운용과 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권과 부동산업계에서 애초 유력한 인수 후보로 알려진 코람코자산신탁은 고배를 마시게 됐다.

홈플러스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유경PSG자산운용이 6천억원 중반대 인수 대금과 저렴한 임대료율 등 안정적인 경영활동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다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MBK의 매각 주관사 측이 경매호가식 입찰(프로그레시브 딜)을 진행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막판까지 인수 후보 간에 경쟁을 붙여 매각자 측에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지난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 주관으로 마무리된 본입찰에는 코람코자산신탁과 유경PSG자산운용 외에 페블스톤자산운용까지 세 곳이 참여했다.

MBK 측은 이 같은 프로그레시브 딜 의혹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MBK파트너스의 한 관계자는 "두 곳 모두 유력했으나 자금조달 증빙 측면에서 유경PSG자산운용이 앞섰다"고만 말했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MBK파트너스는 6천억원대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세일즈 앤드 리스백 조건에 따라 홈플러스는 15년간 5개 매장의 임차권을 보유하게 된다.

세일즈 앤드 리스백은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부동산과 시설을 매각하고서 다시 임차해 그대로 사용하는 거래 방식이다.

고정자산을 줄여 현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임차료 등 판매관리비 상승 같은 위험(리스크) 요인이 생기는 부작용도 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부족한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세일즈 앤드 리스백 방식으로 이번 자산유동화에 나섰다.

홈플러스는 이번 계약을 통해 확보된 현금을 회사 성장을 위한 투자 및 다양한 경영활동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으로 마련한 현금 일부가 홈플러스 인수금융 상환에 쓰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MBK는 작년 하반기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캐나다공무원연금(PSP Investments), 테마섹(Temasek)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영국 테스코(Tesco PLC)로부터 홈플러스 지분 100%를 7조2천억원에 인수했다.

MBK는 이 가운데 4조3천억원을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금융권에서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인수금융은 대부분 5년 만기이지만 1조1천억원은 차입 이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 6개월마다 분할상환하는 조건이 붙는다.

이 경우 MBK는 내년까지 2천200억원 정도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