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로 중국 내 반한 감정 커지면 타격"

면세점·호텔 등을 운영하고 해외 전자상거래를 통해 수출을 꾀하는 국내 유통업계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이나 올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중국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슈가 터질 때마다 유통업 종사자들이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13일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소공동 본점 등 서울 시내 롯데면세점 기준으로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 구매액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8%에 이른다.

2014년(71%)과 2015년(73%)의 기록을 이미 갈아치운 역대 최고 수준이다.

공항면세점 등을 포함한 전체 롯데면세점 매출 중 유커 비율도 2014년 59%, 2015년 62%, 2016년 상반기 70%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롯데면세점이 한 해 물건을 팔아 100원의 수입을 얻었다면, 이 가운데 70원이 중국인 지갑에서 나온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인들이 롯데면세점에서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이 산 품목은 화장품으로, 전체 중국인 매출 가운데 절반 이상이 화장품에 집중됐다.

가방 등 패션용품, 시계·보석류 등이 뒤를 이었다.

'빅 2' 면세점 가운데 하나인 신라면세점의 상황도 비슷하다.

올해 상반기 서울 장충동 면세점 매출의 80%를 중국인에게 의존했고, 공항면세점까지 더해도 중국인 매출 비중은 65%에 이른다.

호텔 시장에서도 중국인의 영향력이 크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가인 특1급(무궁화 등급 기준) 호텔인데도 연평균 전체 투숙객의 4분의 1 정도가 유커라는 게 호텔 측의 설명이다.

장충동 신라호텔에서도 객실 10개 가운데 2개꼴로 중국인 투숙객이 머물고 있다.

국내 유통·제조업체들이 해외에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현지 직구(직접구매)족들에게 물건을 파는 이른바 '직판'(직접 판매) 수출 실적에서도 중국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해외 직판액은 1조1천933억원으로 2014년(6천542억원)보다 82.4% 급증했는데, 중국 직판액이 8천106억원으로 전체의 68%를 차지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해외 브랜드 전문 쇼핑몰 '티몬 글로벌'의 알빈 리우(Alvin Liu) 대표는 12일 한 세미나에서 "한국 화장품, 김, 휴대전화, 공기청정기 등은 따로 홍보할 필요가 없을 만큼 중국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백화점의 경우 아직 중국인 매출이 국내 고객 매출 규모에 비해 크지는 않지만, 매우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상반기(1~6월) 중국인 매출 증가율은 60.7%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5월 이후 메르스 등의 영향을 고려해도 폭발적인 성장세다.

중국인들은 이 기간 주로 백화점에서 젠틀몬스터 등 선글라스, 설화수 등 화장품, 라인프렌즈 캐릭터 상품들을 '싹쓸이'했다.

이처럼 국내 유통의 중국인 의존도가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업계는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혹시라도 중국인 동향에 변화가 있는지 면밀히 살피는 분위기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아직 사드의 영향으로 중국인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은 거의 없고, 상품기획자(MD)들도 동요 없이 유커를 겨냥한 상품 구매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지난 2012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발언 이후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한 것이나, 작년 메르스 사태 당시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긴 사실이 있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며 "실제로 향후 사드 배치가 이뤄지고 중국 정부나 국민 사이에서 반한 감정이 커질 경우 국내 면세점과 관광, 유통 산업으로서는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