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산 스테인리스 강판 등에 57.3∼193.12% 상계관세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 이후 더욱 첨예해지고 있는 가운데 양국 간 통상마찰도 격화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PCA 판결이 나온 이날 중국산 스테인리스 강판과 띠강(Stainless Steel Sheets and Strips)에 상계관세(相計關稅· countervailing duties) 예비판정을 내렸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미 상무부는 중국산 스테인리스 강판과 띠강 생산자와 수출업자가 중국 정부로부터 57.3%에서 193.12%까지 보조금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 상무부는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최종 판정이 나올 때까지 해당 제품 수입업자들에게 상계관세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요구하라고 지시할 예정이다.

앞서 미 상무부는 AK스틸 등 미 철강업체들의 요청에 따라 지난 3월 해당 제품 수입에 대한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 조사에 착수했다.

해당 제품에 대한 처벌적 관세는 오는 11일 미 상무부, 내년 1월 미 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정이 모두 나온 뒤에 부과될 예정이다.

중국은 이번 판정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가 고의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명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WTO 분쟁해결절차를 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세계 철강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철강업계가 자국 경제침체로 국내에서 소비되지 못한 제품을 세계 시장에 싼값으로 쏟아내 미 업체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11월 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입김이 강한 철강업계도 정부에 외국산 철강 수입을 규제하라는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더불어 미 대선전의 승부처 중 하나로 꼽히는 이른바 '러스트벨트'(쇠락한 미국의 공업지대)'에서는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이 첨예한 이슈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달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에 사용되는 중국산 냉연강판에 500%가 넘는 관세를 물리기로 하는 등 중국 철강제품에 잇따라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 공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으로 수입된 중국산 스테인리스 강판과 띠강 규모는 3억200만 달러(약 3천466억원)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중국은 보호무역주의적 조치라고 우려를 표명하며 자유롭고 공정한 국제무역 환경 보장을 촉구해왔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