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 기자 ] 기아자동차가 올 들어 미국 시장에서 '형님' 현대자동차 판매량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최근 기아차의 성장세가 현대차보다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상반기 미국 판매 성장률이 0.8%에 그친 반면, 기아차는 5.6%를 기록해 시장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상반기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37만4061대를 판매해 작년 상반기 수준을 유지했으나, 기아차는 32만8327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늘었다.

두 회사의 판매 격차는 작년 상반기 6만여 대에서 올 상반기엔 4만5000여 대로 줄었다. 기아차가 현대차에 따라붙는 양상이다.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도 현대차가 4.35%에서 4.32%로 소폭 하락한 반면 기아차는 3.64%에서 3.79%로 0.15%포인트 상승했다.

이명훈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차는 쏘렌토, 스포티지, 카니발 등 RV 라인업의 수요 호조에 힘입어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며 "지난 3월 신형 스포티지 판매가 시작된 것도 모멘텀이 됐다"고 분석했다.
기아차, 미국서 형님자리 넘본다…현대차 '바짝 추격'
차종별로 보면 쏘렌토가 지난 4월부터 3개월 연속 1만대 이상 팔리면서 기아차의 북미 베스트셀링 모델로 입지를 굳혔다. 스포티지의 상반기 판매량은 4만222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3955대)보다 80% 가까이 증가했다.

현대차는 '투톱' 차종 쏘나타와 아반떼의 상반기 판매량이 20만707대로 작년 상반기(22만4519대)보다 줄어든 게 상대적으로 판매 증가에 실패한 요인으로 꼽힌다. 대신 투싼이 올 6개월간 4만2664대 팔려 전년 동기(2만2634대) 대비 약 90% 늘어나면서 그 공백을 매웠다.

현대·기아차의 상반기 미국 판매량은 작년보다 3% 성장해 70만대를 넘겼다. 기아차가 하반기에 'RV 효과'를 앞세워 현대차를 턱밑까지 따라붙을지 주목된다.

국내에서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 격차는 지난해 상반기 9만3000여 대에서 올 상반기에는 7만4000여 대로 줄었다. 올 1~6월까지 기아차는 27만6750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14% 증가한 반면 현대차는 35만1124대를 팔아 4.5% 상승에 그쳤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SUV 라인업이 현대차보단 기아차가 훨씬 좋고, 국내에서 인기를 끌지 못하는 쏘울이 북미 지역에서 인기 차종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