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개선 어려워…중장기 산업개편·서비스업 육성 필요"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6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취업자 증가 규모가 3개월 만에 30만명대를 기록하고 고용률도 상승하는 등 전반적인 개선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업종이나 연령대, 지역별 사정을 살펴보면 전체 고용시장 동향과는 딴판이다.

수출 부진으로 우리 경제의 주력인 제조업 일자리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운데 노동시장 진입 문턱이 높아지면서 청년층 실업률은 고공비행을 거듭하고 있다.

경남과 전북, 울산 등 조선업 밀집 지역의 실업률이 상승세를 계속하면서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한파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고용사정이 단기간에 나아질 기미가 없는 만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및 집행을 서두르고 중장기적으로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 제조업 취업자수 증가 둔화…청년층 일자리 사정 악화일로

6월 취업자는 2천655만9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5만4천명 증가했다.

지난 4월(25만2천명)과 5월(26만1천명)엔 연속으로 20만명대에 그쳤지만 3개월 만에 다시 30만명대를 회복했다.

전체 고용사정은 나아졌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불안 요인이 많다.

우선 6월 취업자 수 증가는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인해 취업자 증가 폭이 둔화한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

특히 당시 음식숙박업 등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올해 6월의 경우 도소매·숙박 분야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7만8천여명 증가하면서 전체 취업자 증가세를 이끌었다.

문제는 다른 산업, 특히 우리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에서 고용 부진 현상이 심화하는데 있다.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지난해 6월 증가 폭의 6분의 1 수준인 2만여명에 그쳤다.

건설업은 2만4천여명 줄어 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청년실업률 상황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3%로 지난 1월 이후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게다가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청년실업률만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전년 동월 대비 0.1%포인트(p) 상승했지만 30대 실업률은 0.2%p 떨어진 3.1%를 기록했다.

40대와 50대 실업률도 각각 0.4%p 하락한 1.9%, 2.3%였다.

특히 취업 경험이 없는 실업자 수는 11만8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만9천명(19.7%)이나 증가했다.

경기가 나빠지면 주로 경력자를 뽑기 때문에 신규 고용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구조조정 직격탄 경남·울산 고용 한파 '본격화'

조선업발 구조조정 고용한파는 본격적으로 시작된 모양새다.

전체 실업률이 3.6%로 1년 전보다 0.3%p 하락했지만 조선 3사의 거점인 경남, 울산, 전북의 실업률은 동반 상승했다.

경남의 실업률은 3.9%로 1년 전보다 1.0%p 올라 전국 16개 시도에서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경남 거제에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본사가 있다.

현대중공업과 그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이 있는 울산의 실업률은 3.6%로 0.4%p 올랐고 현대중공업 공장이 있는 전북의 실업률은 2.3%로 0.9%p 상승했다.

16개 시도 가운데 전년 동월대비 실업률이 오른 곳은 경남, 울산, 전북을 비롯해 대구, 인천, 전남 등 6곳 뿐이다.

심원보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경남은 조선업 구조조정의 영향을 일부 받았다"며 "울산 실업률도 오르기는 했지만 다른 업종이 많아 상대적으로 영향이 작았다"고 설명했다.

경남, 울산, 전북의 실업률 동반 상승은 올해 2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4월 중순 이후 실업률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5월 경남의 실업률은 3.7%로 1년 전보다 무려 1.2%p 상승, 전국에서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울산(0.1%p)과 전북(0.6%p)도 실업률이 올라갔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구조조정 지역에서 경기·수요 둔화에 따른 충격으로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일시적인 실업이 아니라 구조적인 실업"이라고 지적했다.

◇ "추경 일자리 집중하고 산업재편 서둘러야"

이런 일자리 사정 악화는 가뜩이나 활력이 떨어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저유가와 세계 경제 둔화 흐름이 계속 이어지면서 하반기 우리 경제의 경기·고용 하방리스크는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아직은 일감이 떨어지지 않은 조선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경남 등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해당 지역 경기 위축으로 자영업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의 진단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제조업과 청년층, 경남 등 조선업 밀집지역의 고용시장은 계속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로서는 기대를 걸만한 모멘텀을 딱히 찾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주 경제연구실장은 "추경이 집행되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기본적으로 정부를 통한 지원은 효과가 크지 않다"면서 "일단 경기가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석 겸임교수는 "조선, 철강, 전자 등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앞으로도 인력이 확충될 가능성은 작다"면서 "기업들이 기존 인력도 내쫓는 상황에서 신규채용 사정도 나아지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일단 추경의 신속한 편성과 집행 등을 통해 하반기 경기·고용 하방리스크에 적용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산업재편 등을 통해 우리 경제의 체질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고용사정이 나아지려면 유망산업을 중심으로 산업재편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 '원샷법'이 시행되면 산업재편과 유망산업 출현으로 장기적으로 고용사정이 좋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 경제연구실장은 "제조업 취업자 수 증가는 일시적인 만큼 결국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서비스업 쪽에서 취업자가 늘어나야 한다"면서 "서비스업 발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최근 발표된 정부 대책은 대부분 중장기 발전계획으로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연합뉴스)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