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자켓을 착용한 모습 [대우조선 제공]
에어자켓을 착용한 모습 [대우조선 제공]
"용접열·햇볕에 철판온도 상상 초월…더위 먹지 않게 모든 방법 동원"
대우조선, 닭 7천마리·전복 3만 마리…점심시간 연장

여름철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국내 조선업체들도 온갖 방법을 총동원해 여름나기 대작전에 돌입했다.

용접 등 화기(火器)를 많이 다루는 조선소는 추운 겨울보다 뜨거운 여름이 더 힘든 시기다.

30도가 넘는 고온에 뜨겁게 달궈진 철판 안에서 무거운 보호장구를 갖춰 작업하다 보면 건장한 사람이더라도 더위에 지치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업체들은 한여름 무더운 선박 건조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일찌감치 무더위 대책을 마련해 현장에서 실시 중이다.

대우조선은 혹서기인 7월 초부터 8월 말까지 한방닭찜, 낙지닭백숙 등 원기회복을 위한 보양식을 직원들에게 제공한다.

초복, 중복, 말복 등에는 직원 건강을 챙기기 위해 7천 마리의 닭과 3만 마리의 전복을 사들여 전복 닭백숙과 영양밥, 전복라면 등의 보양식을 제공한다.

작업 현장에서는 곳곳에 제빙기 71대와 냉온정수기 386대를 설치해 시원한 식수와 얼음을 작업 중간에 언제든 마실 수 있도록 했으며, 회사에서는 점심 후 얼린 생수를 지급한다.

탈진 예방을 위해 비타민과 식염도 제공한다.

무더운 여름철 뜨거운 철판 위에서 용접작업을 수행하는 작업자들을 위해 조끼 안에 압축공기를 순환시켜 체온을 냉각시켜주는 '에너지 절감형 냉풍조끼'도 개발해 지급했다.

선박 밀폐공간에 시원한 바람을 불어넣어 주는 대형 냉방 장비인 스팟 쿨러 251대도 가동 중이다.

스팟 쿨러 바람이 닿지 않는 장소에서 일하는 직원을 위해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는 조끼형 '에어자켓'도 제공했다.

대우조선은 기온이 섭씨 28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점심시간을 30분, 섭씨 32도 이상이 되면 1시간 연장해 직원들이 충분히 휴식하도록 하고 있다.

급증하는 전기 사용량을 절약하기 위한 대비책도 마련했다.

대우조선은 혹서 기간 순간 최대전력 유지 목표를 약 11만㎾로 잡고, 자동화된 에너지 절감 프로세스에 따라 전력사용량을 최소화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전력 수요량이 급증하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단계별로 주요 건물의 냉방기와 대용량 장비류를 일시 정지하고, 비상 발전기를 가동함과 동시에 건조중인 선박들에 탑재된 자체 발전기를 가동해 최대 1만5000㎾의 전기를 절감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0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를 혹서기 기간으로 정하고 점심 시간을 30분 연장했다.

이 기간에는 직원들의 기력 보강과 원기 회복을 위해 보양식을 제공한다.

또 작업장에서 에어컨, 스팟 쿨러 등 냉방기기와 제습기 등을 본격 가동해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혹서기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매일 온도를 측정해 28.5도를 넘으면 점심시간을 30분 연장하고, 32.5도를 넘으면 한 시간씩 연장한다.

이 경우 점심시간이 연장돼도 작업 종료 시간은 동일하다.

삼성중공업에서도 7∼8월에 더위를 이길 수 있는 보양식으로 닭백숙, 영양밥 등을 제공한다.

또, 조선소 식당 퇴식구에 식염포도당을 비치하고, 현장 곳곳에 제빙기와 정수기를 설치해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소는 여름철이 되면 용접열과 햇볕 등으로 철판 온도가 상상을 초월할 수준"이라며 "회사에서 직원들이 더위를 먹지 않게 모든 방법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