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등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경제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행복감을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로는 일자리 문제나 주택 문제를 제치고 ‘노후 준비에 대한 불안감’이 꼽혔다.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이 경제적으로 가장 불행한 것으로 분석됐다.
노후 불안에…경제행복지수 5년 만에 최저
경제행복감 5년 만에 최저치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HRI)이 지난달 14~23일 전국 성인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제18회 한경-HRI 경제행복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민들의 경제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38.9점에 그쳤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가 심했던 2011년 하반기(37.8점) 이후 최저치다. 경제행복지수는 응답자가 소득 물가 고용 등에 따라 느끼는 안정감과 불안감 등을 설문을 통해 분석하고 수치화한 것이다.

올 상반기 경제행복지수가 크게 하락한 데에는 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매번 평균 수준을 지키던 경남 지역의 행복지수가 이번 조사에서는 16개 시·도 중 꼴찌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여파도 경제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실장은 “조사가 브렉시트 투표 전날인 지난달 23일까지 치러졌는데 브렉시트 논란으로 불거진 글로벌 시장의 불안정성이 국내 경제주체 심리에도 옮겨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후 준비’가 최대 문제

한국의 저성장·저금리 기조는 50대 이상 베이비부머와 노년층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적 행복의 가장 큰 장애물을 묻는 질문에 ‘노후 준비 부족’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4.1%로 가장 많았다. 작년 하반기 조사(28.8%)에 비해 5.3%포인트 높아졌다. 빚을 갚고 자녀 교육비를 대느라 노후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채 은퇴했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경제 여건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 1%대 초저금리로 인해 이자로 생활하는 게 어려워진 것도 요인 중 하나다. 김 실장은 “고령화율이 점점 높아지는 데다 노인 고용의 불안정성, 베이비붐 세대 은퇴 시기가 겹치며 노후 준비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녀 양육·교육(19.3%)과 주택 문제(17.6%), 일자리 부족(17.2%) 등이 뒤를 이었다.

“기본소득 제도는 반대”

연령별로 경제적으로 가장 행복한 그룹은 30대(44.6점), 불행한 그룹은 60대 이상(28.1점)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금제도의 미성숙, 노후 준비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다. 직군별로는 전문직(52.5점)의 행복도가 가장 높았다. 최저치는 주부(33.3점)였다. 가계 소득은 제자리인데 가계 부채는 증가하는 상황에서 가처분 소득이 감소한 영향이다. 자영업자(33.6점) 역시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혼인 유무로는 미혼(41.4점)의 행복감이 가장 높았고, 이혼·사별(18.9점)이 가장 낮았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화두로 던진 ‘기본소득제’ 도입에는 응답자의 75.3%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기본소득제도는 자산, 소득, 노동 여부와 상관없이 일정 금액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복지제도다. 20.6%가 찬성, 4.1%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기본소득 지급이 결국 기존 국민연금의 축소나 세금 인상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