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교역량 미미한 수준
금융시장은 충격 받지만 실물·부동산은 영향 없을 듯

갑작스럽게 찾아온 생소한 단어 ‘브렉시트(Brexit :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자산 시장을 흔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또 다른 위기의 시작이 아닌지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중동 내전 사태로 흘러든 난민들

지난 몇 년간 유럽을 괴롭혀 왔던 것은 중동 지역의 내전 사태다. 그 중심에 시리아가 있다. 시리아는 국민의 대부분이 수니파인데, 집권당인 알 아사드 정권이 시아파라는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알 아사드 독재 정권에 맞서 내전이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 수니파 강경 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등장하면서 문제가 더 복잡해졌다. IS는 적대 세력인 시아파 정부군을 공격하지만 서방의 지원을 받는 온건 수니파 반군도 공격하는 등 삼파전 양상을 띤다. 이런 상황에서 힘없는 민간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피란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피란지는 어디가 좋을까. 이웃 나라인 요르단이나 레바논으로 피란 가더라도 고단한 삶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므로 어차피 정든 고향을 등지는 참에 보다 나은 삶을 찾아 유럽으로 떠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에 따라 유럽 각국에 중동계 사람들이 몰려 들어간 것이다.

이렇게 이민자가 늘어도 영국 정부는 통제하기가 어렵다. EU에 가입하면 국경을 넘을 때 여권 검사도 하지 않기 때문에 유럽에 들어온 중동계 이민자들이 영국으로 몰려드는 것을 막을 방법이 딱히 없다.

더욱이 이들 이민자들이 비교적 잘사는 영국에 몰려든 것이고 그 피해는 저학력 저임금 백인들에게 돌아간 것이다. 그러니 EU로부터 영국이 탈퇴하면 자신들의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이들 백인들은 생각한 것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예상과 달리 영국의 EU 탈퇴라는 비이성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러면 브렉시트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영국 경제에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경제적 고립 때문이다. 영국에서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상품에 대해 과거에는 EU로서의 혜택인 무관세나 저율의 관세를 적용 받았지만 앞으로는 고율의 관세를 적용 받기 때문에 다른 나라 상품보다 경쟁력이 없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 독일로 수출하던 접시 세트는 (EU 권역 내 거래이므로) 무관세 혜택을 받아 독일에서 100유로에 판매되고 한국에서 독일로 수출되던 접시 세트는 10% 자유무역협정(FTA) 우대 관세를 받아 110유로에 판매됐다고 가정하자. 품질이 비슷하다고 할 때 영국 접시 세트가 독일에서 더 잘 팔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브렉시트를 거치면서 상황이 역전된다. 영국과 독일 간에는 FTA가 없으므로 20% 일반 과세가 적용돼 EU 탈퇴 전까지 100유로에 팔리던 접시 세트를 120유로에 팔아야 하는 것이다. 이러면 영국 접시 회사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되지만 한국 접시 회사에는 좋은 기회가 된다.

◆관세 혜택 사라져 영국 경제엔 치명타

EU 밖 국가에 대한 수출도 마찬가지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던 접시 세트는 EU와 미국 간에 체결된 10% FTA 우대 관세 혜택을 받아 미국에서 110달러에 판매되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던 접시 세트도 10% 우대 관세를 받아 110달러에 판매됐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바람에 EU와 미국 간에 맺어진 FTA 혜택을 받지 못하므로 미국으로 수출되는 접시 세트에는 관세가 부과돼 120달러에 판매되게 된다. 한국산 접시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것이다. 결국 브렉시트는 영국에는 재앙이지만 한국에는 경쟁자의 몰락이라는 새로운 기회가 된다.

그런데 수입 측면에서는 어떨까. 영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가 없으니 당연히 수입품에도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것이 특정 나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국으로 수입되는 미국 제품에도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고 독일 제품에도 부과된다.

중국 제품에도 부과되고 일본 제품에도 부과된다. 한국 제품에만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한국에만 위기가 아니다. 경쟁 조건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더구나 영국과 한국의 교역량은 미미하다.

영국의 주요 수입국을 살펴보면 그 비율이 독일 14.6%, 중국 8.9%, 네덜란드 8.0%, 미국 6.8%, 프랑스 6.1%, 벨기에 5.1%, 이탈리아 4.0%다. 한국은 리스트 안에 끼지도 못한다. 한국보다 이들 나라가 더 걱정이라는 뜻이다. 한국의 수출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도 되지 않는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브렉시트에 따라 영국의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브렉시트가 영국으로의 수출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 영향은 미미하다는 뜻이다.
그러면 한국에 영향은 없을까. 주식시장은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영국 경제가 더 나빠지면 영국 사람들이 한국에 투자한 돈을 빼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주식시장의 외국인 투자자 중 미국 다음으로 비율이 높은 나라가 영국이다. 결국 실물시장에서 받을 영향이 미미하지만 주식시장은 후폭풍이 거셀 수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 시장은 어떨까. 영국 사람 중에서 한국에 집을 사 놓았다가 영국 경제가 좋지 않다고 한국 집을 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 사람들 때문에 한국 집값이 영향을 받을까. 결국 한국 부동산 시장이 영향을 받는 것은 세계경제가 나빠지면서 있을 수 있는 간접적인 영향밖에 없다.

그런데 미국은 한국과 다르다. 영국의 넷째로 영향력이 큰 수입국이 미국이다. 한국보다 실물경제에 연관이 높다는 뜻이다. 미국 경제가 나빠지면 미국에서 금리 인상이 가능할까. 아니다.

올해 상반기에 있었던 부동산 경기 침체는 작년 12월에 있었던 미국 기준 금리 인상의 영향이 컸다. 그런데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브렉시트는 한국 수출에 큰 악재가 아니고 주택 시장에는 더더욱 악재가 아니라는 뜻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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