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포켓몬 고 사이트 캡쳐
이미지=포켓몬 고 사이트 캡쳐
지난 8일 내놓은 스마트폰용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증강현실 시장의 새 문을 열고 있다.

'포켓몬 고'는 위치정보 시스템과 AR 기술을 결합한 게임이다. 스마트폰으로 현실의 특정 장소를 비추면 화면에 포켓몬 캐릭터가 나타나고, 게임 이용자들은 실제 도시의 거리와 공원 등을 찾아다니며 포켓몬을 잡게 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포켓몬 고는 디지털 기술과 현실을 결합한 증강현실이라는 신기술이 얼리 어댑터들을 위한 장난감이라는 한계를 뚫고 훨씬 더 큰 무언가으로 나아간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잭도리서치 기술 분석가 잰 도슨은 포켓몬 고의 성공은 AR 기술에 있어 중요한 순간이라면서 일반적인 가상현실 게임에 수반되는 고가의 부가장비가 필요 없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는 사람들이 최소한 일부는 이미 갖고 있는 기기를 통해 증강현실이 주류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실용성이 확실치 않은 신기술로 취급된 증강현실이 '주류 기술'이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실제로 데이터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출시 일주일도 안 된 포켓몬 고의 일일 사용자는 미국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트위터 사용자 수에 육박하고 있다.

주말 밤 샌프란시스코 등 지역의 시내와 공원 곳곳에서 사람들이 포켓몬 고를 하면서 배회하고, 술집 등 일부 상점은 포켓몬 고 이용자들을 겨냥한 할인 마케팅에 나서는 등 일상에서도 이 게임으로 인한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포켓몬 고를 위해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지역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게임에 대해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건강과 사회적 교류에 도움이 되는 부수효과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반면 사람들이 포켓몬 고를 하며 걷다가 다치는 사례가 속출하고, 지난 10일 미주리주에서는 포켓몬 고 게임 이용자를 특정 장소로 유인해 금품을 터는 무장강도 사건이 발생하는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용자들이 게임을 하기 위해 휴대전화의 구체적인 위치정보와 카메라 데이터 등을 게임회사에 넘기면서 이 과정에서 수집된 정보가 경찰이나 추후 해당 업체 매각 시에 제 3자에게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켓몬 고의 인기에 힘입어 모바일 게임 시대에 부진을 면치 못했던 닌텐도가 부활의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전통 게임 강자였던 닌텐도는 그동안 주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콘솔 게임에 주력하며 모바일 게임 개발을 거부, 판매 부진에 시달렸다. 2012년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3년간 적자를 기록했고, 주가는 거의 50%가량 폭락했다.

그러다 지난해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기업경영 개혁 조치의 하나로 주주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주행동주의'를 기업들에 압박하자 닌텐도는 결국 모바일 회사에 대한 투자를 발표했다.

그렇게 탄생한 닌텐도 자회사 포켓몬컴퍼니가 증강현실 게임 인그레스(Ingress)로 잘 알려진 니앤틱(Niantic)과 함께 개발한 포켓몬 고를 내놓은 뒤 닌텐도의 주가는 8일 8.9%, 11일 24.5% 급등한 데 이어 12일에도 2%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