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대 비자금 조성·미래부 관료 대상 금품로비 등 추궁
기준·장경작 출국금지…'제2롯데월드 수사' 포석 관측도


롯데홈쇼핑 재승인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손영배 부장검사)는 12일 강현구(56) 대표이사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오전 9시 50분께 검찰청사에 도착한 강 사장은 '재승인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에 로비한 게 맞나', '정치인 로비 의혹 사실인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사실대로 성실하게 조사받겠다"는 말만 남긴 채 조사실로 들어갔다.

검찰이 지난달 10일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롯데그룹 수사에 착수한 이래 현직 계열사 사장을 공개 소환하는 것은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강 사장은 작년 미래부의 롯데홈쇼핑 재승인 심사 때 일부 허위사실이 기재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재승인 허가를 취득한 혐의(방송법 위반)를 받고 있다.

임직원 급여를 과다 지급한 뒤 일부를 되돌려받거나 회삿돈으로 상품권을 구입해 현금화하는 '상품권깡' 등으로 1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도 있다.

검찰은 그가 지난달 10일 롯데홈쇼핑 압수수색 전후로 수사 단서가 될 수 있는 주요 자료를 파기하는 등 증거인멸을 주도한 혐의(증거인멸 교사)도 있다고 본다.

이날 조사의 핵심은 비자금을 어디에 썼는지 용처와 규모를 규명하는 것이다.

검찰은 롯데홈쇼핑이 재승인 심사를 담당한 미래부 직원을 상대로 금품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해 수사해왔다.

국장급 간부 A씨, 사무관 B씨 등이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민간 심사위원이나 관련 상임위 국회의원 등에게 금품을 뿌렸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검찰은 강 사장을 비롯한 핵심 임직원들이 차명 휴대전화인 이른바 '대포폰'을 사용한 사실도 확인했다.

재승인 심사 즈음에 총 9대의 대포폰이 사용됐고 이 가운데 3대를 강 사장이 썼다는 것이다.

검찰은 대포폰 사용이 금품 로비와도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밤늦게까지 강 사장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를 포함한 신병 처리 방향과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최근 기준(70) 전 롯데물산 사장과 장경작(73) 전 호텔롯데 총괄사장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 전 사장은 롯데 계열사인 케이피케미칼(현 롯데케미칼)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270억원대 소송 사기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장 전 사장은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한 자산거래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는다.

장 전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61학번 동기로, 지난 정부의 제2 롯데월드 인허가 등 롯데그룹을 둘러싼 각종 특혜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출국금지가 제2 롯데월드 인허가 비리 수사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검찰은 여전히 "수사 단서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이보배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