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인증 탈락 여파…업체 "정책 리스크 엄청나"
SDI "생산 중단은 잠정 조치…인증 통과하면 제품 공급 재개할 것"


중국의 한 자동차업체가 한국의 삼성SDI가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생산을 중단했다.

이번 생산 중단 조치는 삼성SDI의 배터리가 지난달 중국 정부의 인증을 통과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지만,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의 강경 대응이 우려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1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장화이(江淮)자동차는 삼성SDI가 지난달 중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인증을 받지 못하자 해당 배터리를 장착하던 프리미엄 전기차 iEV6s SUV의 생산을 멈췄다.

정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판매가 어려워져 재고만 쌓일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삼성SDI와 LG화학이 중국 정부의 배터리 인증에서 탈락한 이후 피해가 현실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장화이자동차(JAC)의 신에너지 차량 연구개발 담당 임원인 왕팡룽은 삼성SDI가 정부의 인증 업체 리스트에 포함돼야만 iEV6s 차량의 생산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엄청난 정책 리스크 때문에 iEV6s 판매가 조심스럽다"면서 "정책은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자오상증권의 자동차 분야 애널리스트인 왕류성은 "중국의 자동차 제작사들은 가격이 싸고 성능이 좋은 한국과 일본 배터리업체를 선호해왔다"면서 "이들의 대부분은 어느 정도는 배터리 규제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SDI는 이번 생산 중단 조치는 잠정적인 것으로, 중국 정부의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을 통과하면 배터리 공급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SDI 관계자는 "지난달 장화이자동차 측으로부터 인증 통과 실패에 따른 우려로 전기차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지난달 말부터 배터리 공급을 중단했다"며 "다만 앞으로 인증을 통과하면 곧바로 공급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11월부터 이 회사에 전기차 배터리 800만 셀(자동차 1천800대 분)을 공급해왔다.

이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하려면 전기차 제조사와 2년 정도 샘플을 주고받으며 함께 개발을 해야 한다"며 "장화이자동차가 당장 다른 회사 배터리로 공급선을 바꿀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산업과 정보기술을 담당하는 공업화신식화부는 지난해 5월 기준을 충족하는 업체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며 배터리 메이커들에 품질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삼성SDI와 LG화학은 모두 지난달 발표된 보조금 지급 업체 25개 목록이나 32개의 대기 업체에 들지 못했다.

두 회사는 서류를 보완해 다시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양사가 인증을 받지 못하면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사업하기 어려워진다.

삼성SDI는 장화이 외에 포톤(Foton·福田), 위퉁(Yutong·宇通)버스에도 배터리를 공급한다.

LG화학의 고객사는 중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상하이자동차(SAIC)를 비롯해 FAW, 창청(그레이트 월), 체리(치루이·奇瑞) 등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