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철 현대렌탈서비스 대표가 기본 기능에 충실하면서 가격이 저렴한 정수기 제품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가철 현대렌탈서비스 대표가 기본 기능에 충실하면서 가격이 저렴한 정수기 제품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정수기 등 생활가전 렌털(대여) 사업을 하는 현대렌탈서비스가 현대백화점그룹 브랜드(현대위가드)를 떼고 ‘홀로서기’에 나선다. ‘미래’란 자체 브랜드로 렌털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다는 계획이다. 가철 현대렌탈서비스 대표는 “합리적인 가격, 기능에 충실한 제품, 신뢰 가는 관리 서비스로 중저가 정수기 시장을 장악하겠다”고 강조했다.

◆“내년 현대백화점 브랜드 반납”

이디야 커피로 성공한 가철 대표, 이번엔 '정수기 돌풍'
가 대표는 11일 “현대백화점그룹이 자체 렌털 사업에 나서면서 2008년 이후 줄곧 썼던 현대백화점 브랜드를 내년 2월 말 반납한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작년 4월 ‘현대렌털케어’란 신설 법인을 설립하고 렌털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대기업 브랜드를 쓰지 않아도 사업 확장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초기 시장 진입 땐 브랜드가 큰 도움이 됐지만 20만명 가까운 사용자를 확보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가 대표는 “지난 5월 미래 브랜드로 정수기 신제품을 내놨는데 신규 매출의 70~8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며 “사용자들이 브랜드보다는 디자인과 성능, 서비스를 더 중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렌털 약정기간 4~5년이 지난 뒤 재구매하는 비중도 80% 안팎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 제품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게 특징이다. 정수기의 경우 얼음, 캡슐 커피, 탄산수 배출 등 부가 기능은 일절 없다. 대신 깨끗한 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저수조 소재를 위생에 좋은 스테인리스로 썼다. 물 나오는 입구(코크)가 분리돼 청소 또한 쉽게 할 수 있다. 필터 교체 등 관리 서비스도 주기적으로 이뤄진다. 한 번에 2L 이상의 냉수를 배출하는 등 용량도 넉넉하다. 렌털료는 월 2만원 미만으로 저렴하다. 정수기 렌털 시장에선 월 3만~4만원대 제품이 대부분이다.

◆“2년 안에 상장 완료”

가 대표는 원래 외식창업 전문가였다. 1994년 ‘피자맥’이란 피자 가게를 창업해 점포 수를 17개까지 늘렸다. 한때 월 20억~3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2000년엔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를 설립했다. 매장 수 100개를 돌파한 2004년 회사를 매각해 큰돈을 벌기도 했다.

외식 사업을 할 때도 가 대표는 ‘가성비’를 중시했다. 합리적인 가격에 최대한 많이 판매해 이익을 얻는 구조였다. 피자맥은 13인치 큰 피자를 9900원에 팔아 인기를 끌었다. 이디야는 소규모 점포를 지향하며 점주들의 인테리어 비용과 가맹비 부담을 최대한 낮춰줬다. 본사는 커피를 많이 팔아 원부자재 등 물류 마진에서 수익을 얻었다.

현대렌탈서비스 또한 매출이 많지 않음에도 수익구조가 탄탄하다. 지난해 매출 211억원과 당기 순이익 25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설립 이후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올해는 매출 35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가 대표는 “지난 4월 8만여개 렌털 계정을 보유한 제이앤지를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 85%의 매출이 정수기에서 나오고 있어 공기청정기, 비데 등 다른 생활가전 쪽을 강화하고 있다”며 “기존 정수기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품목 확장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가 대표는 “투자 문의가 많아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 2년 안에 합병해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천=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