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하반기 산업기상도'…EU 정세불안·中보호주의 등 무역리스크↑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로 한국 산업기상도는 '흐림'으로 예보됐다.

브렉시트로 시작된 EU 정세불안, 중국·미국을 중심으로 신보호주의 강화, 글로벌 분업(한 제품을 세계가 쪼개서 생산) 약화 등이 이유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10여개 업종별 협회·단체와 공동으로 조사한 '하반기 산업기상도'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건설, 정유·유화 업종은 '구름 조금', IT·가전, 자동차, 기계, 철강, 섬유·의류는 '흐림'으로 예상된다.

조선 업종에는 '국지성 호우'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가장 맑은 곳은 건설이다.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 덕이 크다.

300억원 이상 공공건설 시공사를 선정하는 입찰방식인 종심제는 올해 본격화됐지만 세부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상반기 7조9천억원의 공사가 하반기 이후로 미뤄졌다.

저금리로 인한 신규 분양, 수익형 부동산 수요 증가도 기여했다.

정유·유화업종은 안정적인 저유가 기조 속에서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아시아의 석유제품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유화업계의 전통 수출품목 에틸렌도 해외 경쟁사의 신규투자 축소로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그러나 건설은 구조조정 여파로 인한 지방 내수 위축과 브렉시트 발 해외수주 불안, 정유·유화는 중국의 경기 둔화 등이 우려로 남아 있다.

IT·가전은 EU 정세불안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스마트폰 수출량의 20%가 유럽으로 간다.

올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작년의 절반(7%)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반도체 수요 감소에 중국의 추격도 부담이다.

다만 플렉서블 대형 LCD(액정표시장치)의 꾸준한 수요 증가로 디스플레이 매출은 밝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보호주의 파고가 일고 있는 철강도 구름 낀 날씨가 예상된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에 반덤핑 과세를 매기면서 우리나라에도 50%의 관세를 매기는 '통상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브렉시트로 인한 강달러 현상이 계속되면 원자재 수입 면에서도 부담이다.

업계는 중국 내 철강산업 구조조정으로 공급과잉이 다소 진정될 수 있다는 분석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기계와 섬유 업종은 중국산 수요 둔화 등으로 흐림이 전망된다.

중국은 우리나라 기계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의 섬유수입국이기도 하다.

자동차 산업은 그동안 판매 증가세를 유지해왔던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끝나면서 구름 낀 날씨가 예상된다.

여기에 중남미, 중동 등 신흥 시장의 경기침체로 수출은 계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는 그나마 브렉시트로 인한 엔고 현상에 희망을 두고 있다.

경합도 높은 일본 차에 대해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조선 업종은 매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글로벌 분업고리 약화로 물동량이 줄면서 선박 수주도 같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반기 한국의 수주량은 88% 줄었다.

선박 발주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럽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존의 계약이 취소될 가능성도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석유 기업들의 해양플랜트 투자도 지연될 개연성이 크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하반기는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기간이 될 것"이라며 "구조 개혁, 규제 개선 등을 통해 혁신역량을 키우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noma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