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은행 1천여 명 안팎…업황 어려운 카드사도 신규 채용 '난색'
보험은 예년 수준, 저축은행은 소폭 늘듯


통상 경쟁률이 100대 1을 훌쩍 넘는 금융권 입사 전쟁이 이르면 내달 막이 오른다.

은행과 카드는 작년보다 채용 규모를 줄이고, 보험사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만 채용을 소폭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 입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은행은 올 하반기 150명에서 300명 수준의 일반 정규직 채용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일부는 아직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어 5대 대형은행은 하반기에 많아야 1천 명 안팎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외국계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3대 정책금융기관을 포함해도 1천200명 수준밖에 안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하반기에만 5대 은행이 1천500명가량, 외국계와 정책금융기관을 포함하면 1천900명을 선발한 것에 견줘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 국내외 시중은행은 1천여 명 뽑을 듯

KB국민은행은 내달 정규직 일반 공채 공고를 낸다.

채용 규모는 300명 정도다.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한 규모지만 상반기를 포함하면 전체적으로 120명 줄어든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100명의 신입사원을 뽑은 신한은행은 지난해 하반기에 뽑은 인원과 비슷한 240명 정도를 선발할 예정이다.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민영화라는 이슈가 짓누르고 있는 우리은행도 200명 안팎을 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정규직인 서비스 직군을 상반기에 140명 뽑았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통합에 따른 비용을 지불한 KEB하나은행은 대졸 직원 선발 여부가 불투명하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지난달 7일 전산통합 후 영업점 통폐합 작업 등을 고려한 인력 재배치작업을 끝낸 후에 채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농협은행도 모회사인 농협금융과 농협중앙회와의 조율을 통해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5, 6급 정규직원만 444명을 뽑았기 때문에 올해 채용 규모는 이보다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선·해운에 대한 손실로 1조7천억원이라는 거액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는 점에서 신입사원을 많이 뽑기 어려운 상황이다.

외국계 시중은행인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하반기 채용은 불투명하다.

이들 은행은 주로 인원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충원한다.

SC제일은행은 올해 상반기 19명을 선발했으나 하반기에는 아직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는 4년 만에 공채를 진행해 60명을 선발한 바 있다.

한국씨티은행도 수시로 인원을 뽑고 있어, 대규모 충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인력수요가 발생하는 경우 수시채용을 통해 해당 분야의 전문인력을 충원한다는 전략"이라며 "이는 급속히 디지털화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최근의 금융 환경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점포에서 부족한 인력은 주로 비정규직인 경력단절 여성들로 채울 전망이다.

국내외 시중은행은 올 하반기에만 경력단절여성 1천500여 명을 뽑을 예정이다.

◇ 정책금융·카드사↓…보험·저축은행은 수시채용

금융공기업 공채는 예년과 비슷한 10~11월에 시행될 예정이다.

기업구조조정으로 코너에 몰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작년보다 채용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산업은행은 매년 70명 정도를 신입 직원으로 뽑는다.

수출입은행은 작년 42명을 선발했다.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자구계획을 짜야 하고 인력 절감도 필요한 상황이라 채용 여력이 크지 않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매년 70명 정도 채용하는데 올해는 자구계획도 내고 다운사이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아직 채용 인원을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도 아직 채용 규모를 정하진 못했다.

지난해 상반기 210명, 하반기 215명을 선발한 것에 비하면 규모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당연히 전체 규모는 작년보다 줄어들 것"이라며 "200명 정도만 됐으면 하는 바람인데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은행뿐 아니라 카드사도 채용 규모를 줄일 전망이다.

업황이 좋지 않아 하반기에 채용 계획을 전혀 세우지 못한 회사도 있고, 채용하더라도 지난해 수준이나 지난해보다 작은 규모로 뽑는다는 계획이다.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업계는 올해 수수료 인하 등 상황이 안 좋아 다들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며 "채용 여건이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의 평균 총자산수익률(ROA)은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2.07%로, 2013년 말(2.08%) 이래로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보험업계는 대졸자 공채를 진행하기보다는 결원이 발생했을 때 수시로 직원을 뽑거나 경력직을 충원하는 경우가 많다.

KDB생명·더케이손보 등을 비롯해 공채를 진행하는 15개 생명·손해보험사들이 지난해 뽑은 인원은 약 400명 수준으로, 이들은 올해 상반기 채용에서 이미 207명을 채용했다.

하반기에는 한화생명(50명), 롯데손보(17명), 코리안리(12명), 한화손보(10명), DGB생명(10명 이내) 등이 채용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MG손보·흥국화재·KB손보·농협손보·농협생명·현대해상·신한생명·동양생명 등은 아직 하반기 채용 규모를 확정 짓지 못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전체 채용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저축은행들도 수시채용을 우선한다.

지난 2011년 대규모 저축은행 부실 이후 고강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경영이 안정화되고 있고, 영업이익도 늘어나는 등 최근 외형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채용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다소 늘어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OK저축은행과 모아저축은행, SBI저축은행이 하반기 채용을 준비하고 있고 다른 저축은행들도 수시로 채용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고동욱 박의래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