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美선밸리로 날아가…최태원 비즈캐주얼 차림 위기경영 설파
정몽구 해외법인장 60명 소집…구본무 브렉시트 전략 경영진에 전파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의 여름이 뜨겁다.

주요 기업들은 여름 휴가철과 하한기를 앞두고 있지만 오너급 CEO(최고경영자)들의 일정표에는 좀처럼 빈틈이 없어 보인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몰고 온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처할 대응전략을 짜야 하는데다 뉴노멀(신 저성장) 시대의 미래 먹거리 사냥을 위해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오너들은 국내외 사업장을 돌아보는 것은 물론 업계의 거물들이 모이는 해외 콘퍼런스 등을 직접 찾아가며 외연을 넓히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리는 앨런앤코미디어콘퍼런스에 참석하고자 지난 6일 출국했다.

이 부회장은 이 행사에 8년 연속 참가하고 있다.

매년 7월초 휴양지 선밸리에서 열리는 이 콘퍼런스는 미국 투자은행 앨런앤컴퍼니가 1983년부터 개최해온 비공개 행사로 글로벌 미디어·IT·금융계 인사 300여 명이 휴가를 겸해 몰려온다.

올해는 월트디즈니 로버트 아이거, 애플 팀 쿡,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트위터 잭 도시, 아마존 제프 베저스, 구글 세르게이 브린 등 IT업계 거물급 CEO들이 대거 참석한다.

이 부회장은 저커버그와 이 콘퍼런스에서 만나 오래 교류해왔다.

2014년에는 선밸리에서 팀 쿡과 만나고 온 이후 삼성과 애플이 미국 이외 모든 국가에서 특허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 행사 참석에 앞서 국내에서도 혁신을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연공주의를 깨는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스타트업 컬처혁신을 선포한 데 이어 국내 최대 기업이 전격적으로 수평적 호칭 체계 도입과 직급 파괴를 선언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선밸리 콘퍼런스 이후로는 삼성전자의 하반기 최대 프로젝트인 갤럭시 노트 시리즈 신작 발표에 힘을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그룹 오너 중 국내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인 총수는 단연 최태원 SK 회장이다.

최 회장은 지난달 30일 강원도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를 잇따라 찾았다.

최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홍천군 북방면 소매곡리 마을을 돌아보며 친환경에너지타운 구상을 밝힌 데 이어 이천으로 넘어가 SKMS연구소에서 열린 SK그룹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했다.

특히 최 회장은 무선 마이크를 달고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계열사 CEO들 앞에 서서 SK그룹에 닥친 위기와 변화의 방법 등을 'TED 방식'으로 설명했다.

하반기 경영 화두는 '변화'였다.

최 회장은 "환경이 변하면 돈 버는 방법도 바꿔야 하는데 과연 우리가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팔지 등 사업의 근본을 고민해봤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이달 중하순에 해외법인장 60여 명을 소집해 직접 지역별 상황을 점검하는 등 하반기 경영의 고삐를 죌 예정이다.

이번 법인장 회의는 신흥시장 침체 등으로 올해 현대기아차의 연간 판매목표(813만 대)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개최되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전년도보다 판매목표를 낮춰 잡았는데도 상반기에 연간 목표치의 절반조차 달성하지 못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국내외 판매 대수는 총 385만2천70대로 전년 동기보다 2.4% 감소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브렉시트 등 최근 경영환경 변화가 곧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경영진에 강조했다.

구 회장은 7월 임원 세미나에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세계 경제 질서의 변화마저 감지되고 있다.

변화 속에서는 항상 기회가 수반되는 만큼 사업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뿐 아니라 중장기적 영향까지 면밀히 분석해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철강업계의 맏형 포스코를 이끄는 권오준 회장은 글로벌 공급과잉 등 어려움을 이겨내려면 업계 스스로 강력한 구조개혁을 펼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권 회장은 지난 달 철의 날 기념식에서 "오늘날 세계 철강업계는 대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며 "한국 철강산업이 발전하려면 구조 고도화를 통해 체질을 강화하고 저가 불량제품과 불공정 수입제품으로부터 국내시장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세계 철강 분야에서 일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권 회장은 지난 3월 대치동 포스코센터에 전시된 쌍용자동차 신차 티볼리 에어에 탑승해 차량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쌍용차는 포스코의 '고객사'로 티볼리 에어에는 포스코가 개발한 고강도강이 71% 적용됐다.

권 회장은 취임 후 직원들과 도시락 간담회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사격장, 태양광 셀 공장 등을 찾아다니며 누구보다 분주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리우올림픽 사격선수단의 최종리허설이 열린 지난 5일에는 충북 청주종합사격장을 방문해 사격국가대표 진종오, 이대명, 김장미, 김종현 선수 등을 격려했다.

김승연 회장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최대 성과를 내며 사격종목 종합우승의 위업을 차지한 이래 한국 사격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며 "리우올림픽에서도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진정한 챔피언의 모습으로 또 한번 큰 감동을 전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충북 진천 산수산업단지 내 최근 준공된 한화큐셀 태양광 셀공장을 찾았다.

김 회장이 그룹의 일선 현장을 찾은 것은 지난 2014년 12월 한화건설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 현장을 방문한 이후 1년 7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한화큐셀 진천 셀 공장은 18만㎡에 1.4GW의 셀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로써 한국, 말레이시아, 중국에 걸쳐 총 5.2GW의 셀을 양산한다.

김 회장은 또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 전면 개장식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면세사업은 김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건설 신성장전략 팀장이 뛰어들었다.

(서울=연합뉴스) 재계팀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