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검찰의 롯데 수사와 관련해 부친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방어하기 위한 여론전을 펴고 있다.

검찰이 최근 신격호 총괄회장과 차남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을 출국 금지하는 등 각종 롯데 의혹 규명 작업에 속도를 내자, 신 총괄회장의 과거 업적과 경영 원칙 등을 내세우며 의혹으로부터 선 긋기에 나선 것이다.

SDJ코퍼레이션(대표 신동주) 관계자는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부 언론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구(舊) 경영이 신동빈 회장의 투명경영을 막는다고 보도하는데 그것은 사실과 정반대"라며 "신 총괄회장이 경영할 때는 그런 일(불법행위)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체들로부터 롯데면세점 입점 등 청탁 명목으로 30억여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거론하며 "만연돼 있던 문제가 터진 것으로, 그런 행태야말로 자식 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 총괄회장은 180엔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가 껌 사업으로 시작해 소매상과 도매상을 제일 중시하면서 지금의 롯데를 만든 분"이라고 옹호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롯데 관련 의혹의 배경으로 신동빈 회장과 함께 이인원 부회장을 지목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일들이 언제부터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그런 일들의 원흉은 이인원 부회장이라고 들었다"며 "신 총괄회장이 그 사실을 알고 이인원 부회장을 해임하려고 했는데, 이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편에 서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7일 롯데 검찰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보고받은 뒤 '롯데그룹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불법행위를 한 사람이 있으면 철저히 수사해 다 처벌하도록 해야 한다.

내가 혹시 잘못한 게 있으면 나도 처벌하라'고 이야기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의 이같은 행보는 신 전 부회장을 후계자로 지지하는 신격호 총괄회장을 방어하는 동시에 경영권 분쟁 중인 동생 신동빈 회장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7일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광윤사(光潤社·고준샤), SDJ코퍼레이션을 통해 보도자료를 내고 "창업 정신을 소홀히 하는 현재의 롯데그룹 경영체제에 대해 재차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신동빈 회장 등 현 경영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롯데그룹은 현재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계열사 간 자산거래 과정에서의 배임 의혹, 그룹 및 총수 일가의 불법 부동산 거래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소환이 현실화하고 구체적인 혐의가 특정된다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공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의 소환이 이뤄지는 시점 이후에 호텔롯데·롯데쇼핑 등 회계장부 분석 내용을 토대로 추가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 측 주장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특정인물을 거론하는 것은 그 자체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서로의 책임을 거론하는 것은 더더욱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gatsb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