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가 소환한 '금테크'…골드바·금펀드 판매 불티
“금값이 급등하면서 지난해 금값이 저점일 때 금 통장에 뭉칫돈을 넣은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고 있습니다. 신규 투자자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신한은행 관계자)

올 들어 한동안 주춤하던 ‘금(金) 재테크’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이후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시장 흐름과 맞물려 금값이 급등하고 있어서다.

브렉시트가 소환한 '금테크'…골드바·금펀드 판매 불티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신한·국민·우리은행 등에서 취급하는 금 통장 가입자가 늘고 있다. 가입 금액은 종전보다 줄었지만 계좌 수는 증가하고 있다. 금 통장은 예금액을 국제 금 시세와 원·달러 환율로 계산한 금의 무게로 적립해 주는 상품이다. 신한은행의 금 통장 예치금액은 올 5월 말 9859㎏(약 5758억원)에서 지난달 말 9499㎏(약 5547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계좌 수는 5월 말 13만9904개에서 지난달 말 14만255개로 늘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금 통장 잔액은 줄었지만 가입 계좌 수는 증가했다.

금 통장 가입자가 늘어나는 건 금값 상승과 맞물린 결과다. 영국이 EU 탈퇴를 결정한 지난달부터 금값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트로이온스(31.1g)당 1050달러까지 떨어진 국제 금시세는 올 1분기 1200달러대까지 오른 뒤 주춤했으나 지난달 말부터 1350~1360달러대로 급등했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의 골드바 판매도 늘었다. 국민은행의 골드바 판매액은 3월 이후 매달 감소해 5월 6억70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지난달엔 올 들어 가장 많은 24억6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5일까지 3영업일 만에 2억6000만원 상당의 골드바가 팔렸다. 우리·농협 등 다른 은행의 골드바 판매량도 지난달부터 다시 늘고 있다. 골드바는 현금이 많은 자산가들이 보관 또는 증여용으로 많이 찾는다.

금 펀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금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뿐 아니라 광산업체 등 금 관련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금광 등 관련 업체 주가 상승폭이 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금값 상승과 연관이 깊은 달러 약세 지속 여부, EU와 중국 등의 경제 불안, 이슬람국가(IS) 관련 국제 정세 등 글로벌 전망을 고려해 금 관련 상품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종철 신한은행 투자자산전략부 팀장은 “올해는 금값이 단기간에 30% 이상 급등해 추가 상승폭이 적을 수 있지만 내년에는 1500달러 선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브렉시트 이후 금융시장에 예상치 못한 부정적 변수가 불거질 수 있고 미국 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내년까지 금값이 상승세를 탈 것이란 전망이다.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신동일 국민은행 대치PB센터 부센터장은 “금 투자는 금융상품이나 실물 모두 거래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시세가 거래비용 이상으로 오르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 있다”며 “금값이 지난해에 비해 많이 오른 상태에서 지금은 현금 자산이 많은 고객들에게만 분산투자 측면에서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