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있는 10대 재벌 내부지분율 20년간 상승 추세
재벌 금융사 통한 계열사 출자 늘어…"금산분리 강화해야"
공정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주식 현황 공개

재벌 총수들의 개인 지분은 줄고있지만 계열사를 통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이 소유한 금융회사의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출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실효성있는 금산분리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7일 이 같은 내용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을 공개했다.

공개 대상은 지난 4월 1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65개 대기업집단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체 대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은 29.9%로 전년보다 0.5%p 상승했다.

이중 총수가 있는 45개 집단의 내부지분율은 57.3%로 전체 평균보다 높은 2.1%p의 상승 폭을 기록했다.

총수일가 지분율은 4.3%에서 4.1%로 떨어졌지만 계열회사 지분율은 48.5%에서 50.6%로 상승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계열회사 지분율의 상승은 롯데가 올해 해외계열사의 국내 계열사 소유 지분을 내부 지분으로 정정한 것이 주요 원인이 됐다.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집단의 내부지분율은 최근 20년간 상승 추세에 있다.

총수일가 지분율은 2014년 이후 3년째 0.9%에 머물러 있지만 계열회사 내부지분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총수가 있는 재벌의 내부지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총수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개인지분은 줄어들고 있음에도 계열사를 통한 지배력을 강화함으로써 과거의 영향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기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기업들의 외형이 계속 커지고 있어 총수일가가 지분율을 유지하려면 유상증자 등을 따라가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며 "줄어든 총수 지분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계열사가 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총수가 있는 45개 기업집단 중 내부지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부영(96.9%)이었으며 중흥건설(94.2%), 이랜드(85.7%) 등이 뒤를 이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낮은 대기업집단은 금호아시아나(0.3%), SK(0.4%), 하림(0.8%), 현대중공업(0.9%) 순이었다.

반대로 한국타이어(42.6%)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가장 높았으며 중흥건설(33.7%), KCC(28.3%) 등이 뒤를 이었다.

재벌이 소유한 금융회사의 계열사 출자도 1년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가 있는 금산복합 집단이 소유한 금융회사가 계열사에 출자한 금액은 4조 9천807억원으로 전년보다 6천233억원(14.3%) 늘어났다.

현재 총수가 있는 금산복합집단은 총 26개로, 이중 13개 집단에 소속된 48개 금융회사가 127개 계열사에 출자하고 있다.

이중 99개 금융계열회사에 대한 출자금 증가분이 5천894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28개 비금융계열회사에 대한 출자금 증가분은 33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금지한 금산분리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투명한 소유구조 유도를 위해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총수가 있는 금산복합집단 26개 중 9개 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으며 지주회사 체제 밖에 9개, 체제 안에 22개 금융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17개 집단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고 수평·방사형 출자 등을 통해 금융회사 108개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집단 중 순환출자가 있는 집단은 삼성·현대자동차·롯데·현대중공업·대림·현대백화점·영풍·현대산업개발 등 8개 집단이었다.

순환출자란 계열사 A사가 B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B는 C를, C는 D를, D는 다시 A를 보유하는 식으로 고리모양의 지분구조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하면 총수일가는 A사 한곳만 충분한 지분을 보유하면 A∼D사 4개 계열사에 모두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다.

8개 집단이 보유한 순환출자 고리 수는 총 94개로 전년 대비 365개가 감소했다.

롯데가 가장 많은 349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줄였으며 삼성(3개), 현대자동차(2개)도 기업 지배구조 개편,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다.

롯데는 1년간 가장 많은 순환출자 고리를 줄였음에도 여전히 가장 많은 67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영풍 등이 7개로 뒤를 이었고 현대자동차·현대산업개발 4개, 현대백화점은 3개로 조사됐다.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의 평균 출자단계는 4.0단계, 평균 계열사 수는 33.2개였으며 수평·방사형 출자로 얽혀 상대적으로 구조가 복잡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총수가 없는 대기업집단은 평균 출자단계는 1.6단계, 평균 계열사 수는 12개였으며 수직적 출자 비중이 컸다.

총수가 있는 집단 중 지주회사 전환집단의 내부지분율은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은 집단보다 4.5%p 낮게 나타나는 등 지주회사로 전환한 집단이 일반집단보다 구조가 투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roc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