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7일 발표한 투자활성화 대책에 대해 유사한 정책을 되풀이하기보다는 현재의 경제환경을 반영해 상황을 반전시킬 핵심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전문가들은 신산업 육성이라는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각 분야에 대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하며, 수요자의 입장을 중심으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규제 완화가 실제로 투자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사후 점검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유사 정책 되풀이…상황 반전시킬 핵심 정책 고민해야"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개별 부처 수준의 대책 발표가 아니라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라면 경제환경 인식을 반영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핵심 정책을 갖고 고민했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경기 부진이 점점 심화하고 있고 대외경제 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최근 약간 숨통이 트였다고는 해도 수출기업이 놓인 여건은 여전히 좋지 않다.

최근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 발표에서도 느꼈지만 경제활성화 명목의 유사한 정책들이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주로 기업들이 제기한 민원을 해결해 주는 형태다.

갈등이 있는 민감한 이슈는 모두 빠졌다.

물론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게 중요치 않은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 경제 여건에서 그런 형태의 정책만으로는 나빠지는 경제 상황의 반전을 이루기가 어렵다.

거시경제정책의 방향성에 관한 논의를 하거나 어려운 수출 여건을 타개할 수 있도록 쟁점 이슈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브렉시트 이후 대(對) 유럽 관련 수출정책 점검,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조처 등이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방향 자체는 바람직…지원분야는 의문"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

이번 투자 활성화 대책에서 핵심은 5개 분야 신산업 육성이다.

올 하반기에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신산업을 육성을 지원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바람직하다.

경쟁력 없는 산업을 구조조정하고 다른 산업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정부 지원이 시드머니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문제는 지원 분야다.

왜 가상현실, 스포츠산업, 할랄·코셔 등 5개 분야인지에 대한 논리가 부족해보인다.

정부 정책기조상 창조경제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 드론, 자율자동차 등 본격적으로 투자가 필요한 분야가 여럿 있다.

가상현실에 지원이 집중되고 다른 신산업 분야 예산 지원 등이 끊길까 우려된다.

우주산업은 예산 등 정부지원이 한시적으로 늘었다가 끊긴 대표적 분야다.

연구·개발(R&D)은 1~2년 지원한다고 성과가 나는 것이 아니다.

지속성이 없이 반짝 가상현실 3년 지원하다가 인공지능 3년 지원하는 식으로 정책 방향이 가면 한국의 원천기술 수준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장기간에 걸쳐 유망산업을 선정하고 예산 편성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 "핵심 규제를 없애는 것이 중요…사후 점검도"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정부가 투자 활성화를 위해 뛰는 것은 좋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벌써 10차 투자 활성화 대책이 나온 것인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수조 원에 이르는 현장 대기사업들이 나온다.

이런 사업들이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규제 완화를 많이 했다지만 실제로 얼마나 규제 완화가 됐는지 따져봐야 한다.

현장 대기사업들을 보면 결국 규제가 있지만 얼마든지 재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규제들이다.

즉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이걸 집행하는, 규제를 쥐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아 생기는 문제가 많은 것이다.

규제를 쥐고 있는 사람들이 계속 현장으로 다니면서 과감하게 행동해야 투자가 살아날 수 있다.

규제 완화도 규제 몇 개 줄이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핵심 규제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하게 타깃팅 해서 해야 한다.

또 규제를 풀어주면 그것으로 그치지 말고 사후 점검을 통해 실제 현장에서 규제가 풀려 투자가 이뤄졌는지 점검해야 한다.

또 다른 기업들도 보고 자기들을 어렵게 하는 규제들을 어떻게 하면 풀 수 있는지 해결 방안을 프로세스를 정리해서 잘 보여줘야 한다.

투자 유치 늘린다고 실적을 위해 아무나 들어오게 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허가를 해주면 국내에서 일자리도 많이 만들고,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곳인지 잘 따져보고 허가해야 한다.

◇ "공급자 아닌 수요자의 입장에서 고민해야"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현장의 애로를 해소하는 현장대기 프로젝트들을 통해 부분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효과를 내고자 한다면 새롭게 떠오르는 신산업과 관련해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전향적인 정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IT관련 서비스업이나 전기차, 드론 등을 보면 현장에서는 아직 멀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많이 듣게 된다.

때로는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의 입장에서 고민하는 것이 요구된다.

고령화시대, 클린에너지 등 수요는 많다.

사업을 하고는 싶은데 관련 규정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 많다.

그런 것에 대해서 새로 요구되는 것은 무엇인지,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전향적으로 가야 한다.

부분적으로 (정부 정책에서) 그런 말들이 나오기는 하는데, 투자환경이 정말 개선됐는지를 살펴보면 수요자들은 아직 미흡하다고들 한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이지헌 박초롱 박의래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