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4대 그룹 총수 등 수뇌부가 잇따라 위기 상황을 경고하고 나섰다. 사업 환경과 영업 현황, 미래 전망이 모두 어두워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또 스마트폰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제품 등 각 그룹의 주력 제품은 매출 정체 상태이거나 증가세가 꺾이고 있다. 대대적 구조조정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지만 정치권과 노동조합 등 반발로 만만치 않다. 20대 국회는 개원하자마자 다중대표소송제, 초과이익공유제, 청년고용할당제 등 기업 경영을 옥죄는 법안 200여개를 발의했다.
4대그룹 총수들 일제히 "위기다"…긴장감 속 신발끈 다시 맨다
◆브렉시트 ‘어디로 튈지 모른다’

구본무 LG 회장은 5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임원 세미나를 열고 “브렉시트 등 최근의 경영 환경 변화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유식 LG경영개발원 부회장, 구본준 (주)LG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등 경영진 300여명이 참석한 세미나에서 구 회장은 “브렉시트 등으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마저 감지되고 있다”며 “변화 속에서는 항상 기회가 수반되는 만큼 사업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뿐 아니라 중장기적 영향까지 면밀히 분석해 대응하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주력 계열사들은 외환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나리오별 전략을 수립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달 하순 해외법인장 60여명을 국내로 불러 회의를 열 예정이다. 올해 현대·기아차의 연간 자동차 판매목표(813만대)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정몽구 회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주요 지역 법인장들로부터 보고를 받을 계획이다. 회의에선 브렉시트 여파에 따른 유럽 자동차 시장 변화와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 침체 대응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회장이 해외 판매 상황을 직접 챙길 것”이라며 “신차 출시와 현지 맞춤형 마케팅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의 올 상반기 국내외 판매대수는 총 385만207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내수시장에선 나름 선방했지만 해외시장에서 부진을 겪은 탓이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30일 최고경영진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확대경영회의에서 “요즘과 같은 경영 환경에서 변하지 않는 기업은 천천히가 아니라 갑작스럽게 죽을 것”이라며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바꾼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브렉시트 현실화, 18개월 연속 수출 감소 등 악재가 겹쳐 올 하반기엔 미증유의 경영 환경이 지속될 것인 만큼 환골탈태하는 변화와 혁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에너지(SK이노베이션) 통신(SK텔레콤) 반도체(SK하이닉스) 등 3대 주력사가 모두 국내외 경영 환경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시장 불황, 3차원(3D) 낸드 개발 지연 등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561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4.6% 감소했다.

통신시장의 성장 한계로 고전 중인 SK텔레콤은 콘텐츠 역량 강화를 위해 추진한 CJ헬로비전 인수가 정부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다.

삼성전자도 지난 4일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신종균 사장 등 대표 세 명이 공동명의로 발표한 ‘하반기 최고경영자(CEO) 메시지’에서 “5년, 10년 뒤에도 삼성전자가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존재하고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며 “올해는 성장과 정체의 분수령이 될 중요한 순간”이라고 밝혔다. 지난 2년간 매출이 연속 감소한 삼성전자는 갤럭시S7의 선전으로 올 1분기 6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2분기 이익은 8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부에선 일부 긴장의 끈이 풀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현석/송종현/장창민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