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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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혜원 기자 ] 직장인 A씨는 최근 카풀로 출근을 한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행선지가 비슷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기 때문. 기상하자마자 스마트폰으로 카풀 앱을 열었다.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자 운전자가 매칭됐다.

40대 B씨는 오래된 차를 팔고 수입차를 구입하고 싶다. 주말 레저를 위해 수입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구매할 생각이다. B씨는 가장 저렴한 차를 찾기 위해 틈틈이 자동차 매매 앱을 뒤진다.

자동차 업계에 O2O(온·오프라인 연계) 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차량 공유 O2O 서비스인 우버, 디디 등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O2O 서비스가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 국내 첫 온라인 중고차매매 '홈엔카'…풀러스, 헤이딜러 등도 주목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엔카직영 등 중고차 거래 회사는 물론 풀러스, 헤이딜러 같은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자동차 O2O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O2O는 오프라인 투 온라인(Offline to Online)의 약어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주문하면 오프라인 업체에서 이를 제공해주는 시스템을 뜻한다.

최근 합승(카풀) 기반의 승차공유 O2O 서비스를 시작한 업체는 '풀러스'다. 출퇴근 시간 카풀을 원하는 사용자가 풀러스 앱에 자신의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하면 가장 경로가 유사한 운전자와 매칭된다.

풀러스는 카셰어링 기업인 '쏘카'를 만들었던 김지만 대표가 창업했다. 시범서비스 시작 한 달 만에 가입자 1만명을 돌파했다. 그는 "자동차 이용 행태가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를 즉각 제공받을 수 있는 형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창업의 이유를 밝혔다.

자동차 업계의 대표적인 O2O 서비스인 SK엔카직영의 '홈엔카'는 온라인에서 중고차 매매 서비스를 제공한다. SK엔카직영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이미 신차뿐만 아니라 중고차도 온라인 구매가 보편화 돼 있다"며 "국내에서는 홈엔카가 최초"라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업체로는 '헤이딜러'가 있다. 전국의 자동차 딜러에게 비교 견적을 받은 뒤 경매 방식으로 자동차를 판매할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다. 차를 팔려는 소유자는 차량 정보를 올려 딜러들로부터 견적을 받고, 가장 비싼 가격을 제시한 딜러에게 차를 판매할 수 있는 식이다.

웨이버스는 수입차 O2O 판매 플랫폼 '카비'를 운영 중이다. 카비는 수입차 딜러사에 소속된 영업사원과 소비자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연계해준다. 지난해 5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년만에 일 방문자수 9000명, 월 이용자수 20만명을 돌파했다. 카비를 통해 판매된 수입차도 1000대를 넘어섰다,

이 밖에 야간에 스마트폰 앱을 통해 행선지가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 태워 가는 '심야 콜버스'는 빠르면 오는 11일 정식 출범한다.

해당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문화가 정착되고 위치기반서비스, 모바일 결제 서비스 등이 발전되면서 자동차 시장 전반에 O2O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며 "온라인 서비스 이용에 익숙한 20~40대 소비 층에서 O2O 플랫폼이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규제 개선은 물론 세제, 예산 등 육성책 필요"

하지만 O2O 서비스의 성장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 기존 업계의 반발, 정부 규제는 O2O 서비스의 활성화를 가로막는다.

2013년 국내에서 첫 서비스를 시작하며 O2O 서비스의 서막을 알린 우버는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국토교통부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판정을 내리고 서울시가 단속에 나서 우버 운전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등 규제에 막히자 우버는 결국 국내 서비스를 중단했다.

헤이딜러는 폐업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개시 1년만에 거래액이 300억원을 넘는 등 주목을 받았지만 지난해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불법 업체가 됐다. 이후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정부는 법의 미비점을 인정하고 법안의 재개정 추진을 약속한 바 있다. 헤이딜러는 단속 유예 결정에 따라 지난 2월 말부터 영업을 재개했다.

심야 콜버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첫 등장했으나 관광·공항버스·택시 업계의 반발과 법적 규제로 7개월째 표류 중이었다. 하지만 국토부와 서울시가 시민 수요를 감안해 이해관계의 조율에 적극 나서면서 낮 영업을 포함한 심야콜버스의 출범 계획이 재개될 수 있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관계자는 "O2O와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신산업이 차세대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면서 "하지만 O2O 환경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와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 때문에 산업 활성화에 제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을 우선 허용한 후 일부를 사후에 규제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취하는 등 규제 개선은 물론 세제, 예산 등을 통해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