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BOE)은 5일 금융정책위원회를 열고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시중은행에 적용하는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비율을 0.5%에서 0%로 낮추기로 했다. 은행의 대출 여력이 늘어나 최대 1500억파운드(약 227조원)에 이르는 신규 대출이 이뤄질 수 있다고 BOE는 설명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경기침체 위험이 커지자 선제 조치에 나선 것이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은 국제결제은행(BIS)의 바젤Ⅲ 규제 시행으로 올해 도입됐다. 신용팽창기에 은행의 과도한 대출로 인한 자산 가격 거품을 막기 위해 은행이 BIS 총자본 규제와 별도로 추가 자본금을 쌓도록 한 것이다. 각국 규제당국은 은행 위험가중자산의 0~2.5% 범위에서 자유롭게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비율을 정할 수 있다.

BOE는 지난 3월 이 비율을 0.5%로 정했지만 영국의 EU 탈퇴 결정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곤두박질치고,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흔들릴 조짐을 보이자 은행의 돈줄을 풀어주기로 했다. BOE는 “일부 위험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는 증거가 있다”며 “영국 금융 안정에 대한 전망은 도전적”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BOE는 경기대응완충자본 규제 완화 외에 추가 부양책 발표도 시사하고 있다. 마크 카니 BOE 총재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투표 여파로 현저한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며 “올여름 통화정책 완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7~8월 금리 인하 또는 추가 양적완화 시행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